황창규 KT 회장의 첫 경영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하면서 적자탈출에 실패했다. 물론 지난해 4분기 3000억원이 넘는 적자폭을 올 1분기에 410억원 정도까지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KT 역사상 2분기 연속 적자는 처음인데다, 이어지는 2분기에도 실적개선 지표가 뚜렷히 잡히지 않고 있다.
30일 KT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4.2% 감소한 5조8461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58.6% 줄어든 1520억3200만원을 기록했고, 409억9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문제는 2분기에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가다. 2분기 실적호전의 가장 큰 악재는 8300명에 달하는 특별명예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명퇴금이다. KT에 따르면 명퇴금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KT는 이 1조2000억원의 명퇴금을 2분기에 모두 털어낼 계획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1520억원이고, 지난해 4분기 3006억원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410억원 가까이 적자를 낸 KT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인회 KT 재무실장이 실적관련 컨퍼런스콜에서 "명퇴비용 가운데 6000억원은 명퇴로 절감되는 올해 인건비와 보유현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6000억원은 장기차입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퇴로 KT는 올해 46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2분기에 지급해야 할 명퇴금에는 훨씬 못미치는 액수다. 게다가 이는 3분기와 4분기에 걸쳐 절감되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2분기 실적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KT의 보유현금은 바닥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높다. 6000억원을 장기차입해서 명퇴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이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이 차입금은 고스란히 KT의 부담이 된다. 올 1분기 KT 부채비율은 173.3%로 전분기 대비 2.4%포인트, 전년동기 대비 10%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명퇴비용 충당을 위해 차입금이 더 늘어나면 재무구조 개선은 한발 더 멀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