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미아가 되고만 '금융소비자보호원'
끝내 미아가 되고만 '금융소비자보호원'
  • 정종석
  • 승인 2014.05.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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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에 금융관료 입김..'모피아 철밥통'때문은 아닌지 따져야

[정종석 칼럼]지난 4월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위한 법안이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 기구의 위상과 권한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6월 국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통과를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데다 19대 하반기 국회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상당 수 바뀔 예정이다.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라면 과연 올해 안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할까?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고 여야가 맞장구를 친 대 국민 약속인데 과연 성사가 가능할까?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내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회 주변은 물론 여야 간에도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공약을 지키겠다는 주장은 있으나 과연 이를 실천할 의지가 있는 지를 의심케 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논의 초기부터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둘러싸고 여야는 사사건건 이견을 보였다. 처음 문제가 된 것은 금융위의 권한을 금융소비자보호기구에 이관할지 여부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금융위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금융위에서 완전 분리를 주장했다.
 
결론이 나지 않던 여아간 논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두기로 타협하면서 급진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금소위 구성과 금소원의 예산권이 발목을 잡았다.
 
야당은 국회가 금소위원 추천권을 갖고 금소원의 예산권도 확보해야 한다고 한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 수 없다고 버텼다. 국회가 금소위원을 추천하면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소원 예산권도 정부 통제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융위는 대안으로 금소위에 감독규정 재·개정권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감독규정 재·개정권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령까지 바꿀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일단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올초 금융위 업무보고 등 공식 석상에서만 일곱 차례나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어떻게든 결과를 내놔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입장차가 워낙 커서 6월 국회는 물론 9월 국회에서도 통과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설 기구에 대한 주도권을 서로 가져오려고 다투다 보니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말았다.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다.
 
해묵은 철밥통 싸움이 금융소비자 권익을 위해 추진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립을 표류케 하고 있다. 여야 간의 부질없는 ‘기싸움’에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5차례 법안소위 등을 개최해 금융위원회 소관 법률 20여개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를 위한 법안은 법안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는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신용카드 대란, 론스타 사건,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불완전 판매, 최근에는 동양사태와  금융권의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 잘못된 금융감독체계로부터 비롯된 대형 금융사건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 대형 금융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국회에서 새로운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국민들은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이 달랐다. 신생 기구를 두고 여야가 서로 주도권을 가지려고 사사건건 대립한 것이다.
 
금소원 설치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원래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세력확장을 위해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모두 금소원 설립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금감위와 금감원 등 이른바 금융당국의 태도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대부분 금융당국과 일치한다. 여당에 과연 제대로 된 입장이나 견해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한 모습으로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는 이 때 자신들의 밥그룻을 챙기기 위해서 이른바 ‘모피아(재무부/MOF+마피아)’들이 여당을 등에 업고 나서고 있지는 아닌 지를 진정으로 성찰해 볼 일이다.
 
금융위는 법안 통과가 힘들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연내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정쩡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탄생은 ‘절름발이’ 금융소비자보호에 그칠 수도 있다. 전체 국민을 위해서도, 금융소비자를 위해서도 이번에는 제대로 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금융소비자가 아닌 국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 ‘관피아(관료+마피아)’로 통칭되는 전,현직 관료들의 기득권 챙기기를 적극 저지해야 하는 이 때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새 기구 설립마저 모피아 세력들이 농단하고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국가발전과 서민경제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모피아로 통칭되는 금융위 관료들은 옛부터 정부 안에서도 뛰어난 단결력과 로비력을 자랑한다. 정치권 및 관련 업계와 유착, 자신들의 권익을 꾀하는 데 이력이 나있을 정도다. 이들이 만약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금융소비자보호 의지마저 가로막는다면 그야말로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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