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회장·최수현 금감원장 '은밀한 회동'
김준기 동부회장·최수현 금감원장 '은밀한 회동'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4.05.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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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고삐 죄는 금융당국..자구계획안 이행 압박한 듯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은밀히 만나 화제.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자구계획을 이행 중이고, 금감원은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동안 동부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및 금융당국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이 별 마찰없이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자 최 원장이 먼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요청해 김 회장과 회동했다. 며칠 뒤엔 금감원의 은행담당 실무책임자인 조영제 부원장과 최연희 동부 회장(건설·농업·바이오 부문)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과 조 부원장은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신뢰가 하락해 금융계열사만 지배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열사 지배권을 언급하면서 동부의 구조조정 이행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우려는 뿌리가 깊다. 그중 핵심은 '패키지 매각'으로 불리는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일괄 매각 사안이다. 채권단은 동부인천스틸의 경우 매력도가 떨어지고 그나마 포스코 외에는 매입할 여건이 안 되는 만큼 두 매물을 포스코에 한꺼번에 일괄 매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각은 쉬워지겠지만 사실상의 수의계약인 만큼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동부가 채권단 방안에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두 매물은 총 3조원에 이르는 동부 자구계획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매물이라 동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높은 값에 팔아야 한다. 그래서 동부는 개별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동부는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좋은 입지조건과 넓은 부지 등을 탐내는 국내 기업이 많고, 동부인천스틸도 중국이나 대만에서 탐내는 업체가 적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지난달 말 일단 종료됐다. 산은이 14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강수를 두자 동부가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25일 921억원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던 동부로서는 1400억원이 꼭 필요했다. 동부는 매각 방식을 산은에 일임한 데 이어 김 회장의 자택과 주식 등 108억원 상당의 추가 담보까지 내놓았다. '교통정리'가 끝나자 포스코는 두 매물에 대해 실사에 나섰고 이달 말쯤 구체적인 인수가를 제시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당장 포스코의 인수가가 관건이다. 동부는 산은에 매각방식을 일임한 후에도 헐값 매도 가능성을 우려해 "그룹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에 팔려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인수가가 기대 이하일 경우 쉽게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동부와의 갈등 재연 가능성을 우려해 사전 압박용으로 동부 회장과의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압박 무기는 바로 금융계열사 지배권. 금감원 측은 "구조조정이 지연돼 제조업계열사의 부실이 커지면 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김 회장 등이) 금융계열사만 지배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사실상의 경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그룹에서 금융계열사는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계열사와 달리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김 회장의 애착도 크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금융계열사 건드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채권단은 지난달 대출 담보로 김 회장 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3%를 요구했다. 이 지분은 경우에 따라 동부 금융계열사의 지배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지분이다. 동부는 완강하게 거부했고 산은은 결국 김 회장 자택과 주식을 담보로 잡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동부 안팎에서 '금을 은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계열사에 대한 동부와 김 회장의 애착은 강하다"며 "금융당국이 김 회장에게 구조조정 의지를 재차 상기시켜주기 위해 금융계열사 지배권을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에서 동부 측은 "정부와 채권단 방침에 적극 협조할 테니 정부도 동부를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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