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비스 노동자 또 자살.. 수리 안 맡겨 월급 41만원
삼성서비스 노동자 또 자살.. 수리 안 맡겨 월급 41만원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4.05.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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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분회장 숨진 채 발견…"'건당 수수료 지급' 악용" 노조, 무기한 농성 돌입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 정동진 해안도로 근처에서 지난 17일 낮 1시30분쯤 한 청년이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염모씨(34)였다. 염씨의 아반떼 승용차 안에는 타고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있었다.

염씨가 정동진을 마지막 장소로 택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고인은 노조에 남긴 유서에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고 적었다. 염씨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유언을 남겼다.

이로써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해 7월 노조 출범 이후 과로사한 임현우씨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종범씨에 이어 3번째로 조합원의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염씨의 자살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단체교섭을 위임한 후 실질적인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막다른 상황'에서 발생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경총 뒤에 숨어서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가 또 한 명의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또 하나의 가족을 죽였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염 분회장의 3월 월급은 70여만원, 4월은 41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수리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합원 표적탄압'에 악용돼온 '건당 수수료 체계'가 염씨를 절망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죽음 이후에도 고인은 편치 못했다. 18일 오후 7시쯤 경찰이 시신을 가져가겠다며 서울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마련된 빈소에 진입하면서 조합원들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다. 수십명의 조합원들이 연행된 끝에 결국 경찰은 시신을 가져갔다.

노조는 이날 오전 유족들로부터 장례 절차에 대한 위임장을 받았다고 했으나, 경찰은 시신 인도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삼성 쪽 사람들이 와서 유족과 접촉한 이후에 달라진 것 같다"면서 "어떤 이유에서도 경찰이 장례식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9일부터 모든 조합원이 전면 파업에 들어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지회는 생활임금 보장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을 대신한 경총과의 교섭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지난 12~14일에는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이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듯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태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은 또 다른 백혈병이며, 언제 어디서 또다시 목숨을 끊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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