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국민은행과 '내전'양상.. 회장-행장 갈등설 확산
KB금융지주, 국민은행과 '내전'양상.. 회장-행장 갈등설 확산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5.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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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 규모 전산시스템 사업 놓고..금감원 "이권개입 등 집중검사" 결과 따라 한쪽 치명타

올해초 개인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이번에는 2천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 변경사업을 둘러싼 '내전'을 겪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측은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며 금융당국에 검사를 요청한데 이어 결정내용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지주와 은행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모두 "지주와 은행간의 대립은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이 표면화했고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금융감독원이 내달 말 사상 처음으로 개별 은행인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해 정밀 진단을 벌이기로 한 것도 사안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 결과에 따라서는 경영진 또는 이사회 교체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갈등 사태의 단초가 된 사안은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논란이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그동안 IBM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써왔다.

그러나 시스템의 개방성이 떨어지다 보니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스템 간 연계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유지·보수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국민은행·카드사는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시스템 교체를 검토해 왔고 작년 11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닉스시스템으로의 변경을 확정했다. 21일까지 유닉스시스템 도입을 위한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었다.

유닉스의 강점은 뛰어난 연계성과 개방성이다. 비용도 적게 든다.

그룹 전산을 책임지는 김재열 전무는 "원장 등을 처리하는 계정계는 메인프레임을 쓰고 인터넷뱅킹 등은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어 인력의 효율적 관리,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체 시스템을 통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사업은 은행과 카드가 추진하고 김 전무가 책임자로 감독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은 시스템 결정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기술검증 과정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부 감사보고서와 사전 사업자 선정설이 배경이다.

두 사람은 감사위원회, 이사회 등에 재논의를 건의했지만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즉각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경영진이 이사회 결정사안에 대해 감사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미 두차례 회의와 경영협의회를 통과한 사안에 대해 입찰(21일)이 임박해서 제기된 재론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민은행 경영진은 이사회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금감원 검사가 진행중인 상태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사회 결정이 유효해 자칫 감사결과와 입찰결과가 정반대가 되는 등 사안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감사위원은 임 회장과 기획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선임 과정에서 임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 행장의 경영 독단을 제어할 견제장치로 정 감사위원을 배치했다는 후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과의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19일 KB금융지주는 김재열 전무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정 감사위원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설명자료로 보기에는 노골적인 비난이 포함돼 있다.

이 언급은 정 감사위원을 겨냥한 것이지만 정 감사위원의 의견에 동조한 이건호 행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평소 이사회 결정사항을 존중하는 임 회장의 경영스타일로 볼 때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의 행동은 돌출행동이며 보기에 따라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민은행의 이사회가 임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채워졌다는 설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과거 KB금융지주 이사회가 ING생명 인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에 대해 전임 경영진과 다른 목소리를 내 이를 무산시킨 전례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직 임원은 "임 회장이 들어오면서 회장편의 이사들로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결국 임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을 제어하려다가 현 경영진과 충돌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현 경영진이 후폭풍을 무릅쓰면서 금감원에 도움의 손을 내민 것 자체가 이러한 권력구도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임 회장은 20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과 이 행장간의 갈등설이 불거진 데 대해 "지주와 은행 간의 대립구도는 아니다"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이 행장도 "이게 (임회장과의) 대립각이 될 수 있나. 은행 전산시스템은 은행이 결정할 일이지, 지주 업무가 아니니까, 지주와 은행이 대립할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말대로라면 이건호 행장이 은행장의 입장에서 사내 서열 2위인 정 감사위원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어 뒤늦게 이사회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금감원 감사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행장은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한 것은 깨끗하게 의혹을 풀고 넘어가기 위해서다. 은행장 입장에서는 의혹이 없이 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데다 금융지주 내부에서 문책론이 제기된 점, 이 행장이 이사회 결정의 효력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대립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국민은행 경영진이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함에 따라 사태의 실체적 진실규명은 금감원의 몫이 됐다.

현재 진행중인 특별 검사에 이어 금감원은 내달 말 대규모 검사인력을 투입해 국민은행 전체에 대한 경영 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의 전체 분야에 대해 정밀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국민은행의 기강 해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국민은행의 연이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보고받고 국민은행에 대해 규정에 따라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금융지주-은행, 은행 사외이사-경영진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 감사에 가처분 신청까지 더해지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다.

KB내에서는 연초에 불거진 잇단 금융사고의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자 경영 지휘체계마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 고 있다.

한 전직 임원은 "이런 것을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한 것은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다. 볼썽사납다. KB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단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갔다.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이나 이사회 어느 한쪽이 교체나 사퇴 등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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