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입원으로 경영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을 당분간 회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1일 “삼성그룹이 당분간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삼성 관련 특례조항이 폐지되기 전 삼성 측과 지주사 전환 문제를 논의했지만 삼성 측은 ‘전환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며 “지난 2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유지를 가능토록 한 해당 조항까지 폐지돼 삼성 측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실리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실무 관계자도 “삼성이 현재로선 금융지주사 설립 등과 관련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삼성그룹이 속도를 조절하면서 재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재편의 실질적 권한을 지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 중이어서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축으로 금융계열사와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3.38%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직접 지분도 상당하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등 3세들은 에버랜드를 제외한 계열사 직접 지분은 거의 없어 이 회장만큼 삼성에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다. 즉 후계 구도가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특정인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발빠른 그룹 재편엔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 지분이 상속될 경우 삼성이 일단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피하기 위해 부채 확대 등을 통한 자산 늘리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를 포함해 적어도 1~2년간은 현재 형태로 삼성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다만 이후 삼성 3세들의 그룹 분할을 위한 ‘빅딜’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지주회사법 등 개정으로 삼성 지주사 전환 통해 실리얻기 더욱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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