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은행장 '견원지간'(?)..권력다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사사건건 충돌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견원지간'(?)..권력다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사사건건 충돌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5.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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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vs 행장'으로 점철된 우리 금융 역사..'제왕적' 회장 권력에 휘둘리는 지주사·계열사 운영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견원지간'(?)-.

국민은행의 '전산교체 내분'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권력다툼이 바탕에 깔려 있다.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첫 금융지주사로 만들어지고 나서 너도나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내로라하는 지주사에선 회장과 은행장의 대립이 반복됐다.

지주사의 기반이 특정 계열사에 치우친 금융 환경은 왜곡된 권력 구조를 빚었다. 이런 구조에서 잉태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다툼은 대부분 파국을 맞았다.

국내 첫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은 13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회장과 행장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직 우리은행 임원은 "우리금융이 가장 평온한 시절은 회장이 행장을 겸직했을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행장도 최근의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우리금융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우리금융의 '잔혹사'는 박병원 회장과 박해춘 행장 체제로 이어지면서 더 심해졌고,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꼽히던 이팔성 회장 때 극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게 이 회장의 '매트릭스 조직' 도입 시도다. 매트릭스 조직은 개인영업, 기업영업, 투자은행(IB) 등 사업 부문별 대표를 둬 은행장의 권한이 축소된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 내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려 했고, 이종휘 행장과 이순우 행장은 대(代)를 이어 반발해 끝내 무산시켰다.

당시 이 회장은 은행의 본부장 이상 임원 인사를 지주 회장과 사전 협의토록 하는 내규를 만들려다가 역시 은행의 반발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회장과 행장의 반목이 심할 때에는 회장이 행장을 제쳐놓고 부행장들만 따로 불러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현 회장인 이순우 회장이 우리은행장이 됐을 때는 행장직을 놓고 경합했던 인사들이 대거 지주사 임원이나 계열사 대표로 '생존'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를 두고 우리은행에선 "'PS(이팔성 회장)'가 'SW(이순우 행장)'를 견제하려고 노골적으로 단행한 인사"라는 평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대립은 각자의 출신과 선임 배경, 정치권의 풍향계와도 무관치 않았다.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이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된 이면에는 이들의 출신과 선임 배경이 있다.

임 회장은 KB금융 사장을 지내다가 회장이 됐지만, 그는 행정고시 20회로 재정경제부 2차관까지 지냈다. 이른바 '모피아(경제관료 출신) 금융인'인 셈이다.

반면에 이 행장의 주요 경력은 금융연구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 금융인'이다.

일각에선 지휘계통상 임 회장이 이 행장의 '상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행장이 임 회장의 영향력 바깥에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모피아 또는 '낙하산'으로 불리는 회장·행장은 정부의 지배를 받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2007~2008년)은 당시 금융권 실력자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초대 금융감독위원장) 인사로 분류됐고, 박병원 회장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대립에 비견되는 '신한사태'도 마찬가지다.

신한사태는 라응찬 지주 회장을 따르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차기 지주 회장으로 거론되는 신상훈 지주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게 시발점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라 회장이 호남 출신의 신 사장을 배격함으로써 장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회장 비서실과 업무지원실은 그룹 내 감사도 받지 않았다. 이들의 회삿돈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금융지주 회장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실려 지주사는 물론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의 CEO가 교체되면서 내홍을 겪은 메리츠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메리츠지주의 조정호 회장은 고액 연봉과 배당 등으로 2012년에 136억원을 챙겨 구설에 올랐고, 지난해 지주 회장과 메리츠화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급여와 퇴직금 등 56억원을 반납하고 물러난 조 회장은 불과 9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 단번에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조 회장은 형식상 메리츠화재 회장직을 맡지 않았지만, 신임이 두터운 김용범 메리츠증권 사장을 지주 사장에 앉혀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이후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기존의 송진규 사장에 남재호 사장을 추가 선임하자 '공동 대표' 체제에 반발한 송 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불화설이 불거졌다.

'왕 회장'으로 불리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연임에 실패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의 관계도 비슷한 시각에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노조의 반발에 하나고등학교 출연을 거부한 윤 전 행장의 퇴임배경은 현직에서 퇴진 후에도 하나금융 인사에 관여해 온 김 전 회장과 갈등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인사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다 보니 줄 서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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