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캐피탈 직원 K씨는 지난 19일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을 열었다가 'KB국민카드 영업재개와 관련하여 ….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 제출하기 바랍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이라는 내용의 회사 공지를 발견했다.
이날은 올해 초 대규모 고객 정보유출 사고를 내고 3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던 KB국민카드가 영업을 재개한 첫날이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캐피탈이 자사 임직원을 상대로 계열사 신용카드 발급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공지에서 '각 부서장은 취합 담당자를 지정, 신청서를 취합해 ○○부서로 발송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반드시 ○○부서를 통해 발급받아야 하고, 해당 계열사 내점 발급은 불가하다'고 지침을 내렸다. 시한은 이번 주말까지다.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은 올해 3월 KB금융지주의 11번째 계열사로 편입된 여신전문금융업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6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감소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새 식구가 되면서 그룹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 아니겠느냐"며 "카드 발급 지침은 고위층의 판단 착오인 것 같다"고 말했다.
KB캐피탈이 지원하려던 국민카드는 고객 수 회복이 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780만명이던 유효회원이 올해 1분기 725만명으로 줄었다.
정보유출 사고 이후 탈회한 고객만 55만명이다. 유효회원은 6개월 이내에 사용실적이 1회 이상인 회원을 말하는데, 이 수치는 수익과 직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없지만 실태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좋은 혜택이 있어 회사에서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