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제 ‘하나의 브랜드’ 효과 못 살리고 지주사·은행 서로 '따로국밥'꼴
금융지주제 ‘하나의 브랜드’ 효과 못 살리고 지주사·은행 서로 '따로국밥'꼴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5.23 00:3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 내분’으로 짚어본 현주소.. 낙하산 인사로 내부 소통 한계, 책임 묻기 어려운 의사결정 구조

KB국민은행 '내전사태'를 빚은 금융지주제도와 자회사 은행 간의 관계는 무엇이 문제인가.

올해 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났을 때 KB국민카드를 통해 국민은행의 고객 정보 1157만건이 빠져나갔다.

금융지주회사는 고객 동의가 없어도 여러 계열사와 자회사 간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2011년 국민은행과 국민카드가 분사하는 과정에서 은행 고객정보가 카드사로 넘어간 것이다.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달 초 국회는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내부 경영관리에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되 한 달 안에 정보를 삭제하도록 법을 고쳤다.

올들어 잇따른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 KB금융 내분 등을 계기로 국내 금융지주회사 체제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하나의 브랜드로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여러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촉진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지주회사 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채 각종 문제점만 양산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가 세워지면서 처음 도입됐다.

우리금융지주는 겸업이나 시너지보다는 외환위기 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묶어둔 측면이 컸다.

이후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임직원 겸직 허용, 정보 공유 허용, 세제상 특례 등을 제공하며 지주사로의 전환을 유도했고 다른 은행들도 속속 지주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한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의사결정 구조를 꼽는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지만 지주사와 은행이 각각 이사회를 두고 있다. 두 이사회가 서로를 적절히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지주사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권한을 휘두르는 통로로 쓰인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내분을 겪는 KB금융의 경우 시스템 교체 결정은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했지만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선임에는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지주회사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지주사에 물을 것이냐 은행에 물을 것이냐가 애매모호하다.

한 금융전문가는  “지주와 100% 자회사인 은행이 이사회를 따로 둘 경우 자회사의 사외이사가 금융지주의 대리인 역할을 하거나, 아예 지주와 은행 이사회가 따로 돌아가는 문제가 생긴다”며 “지주사에 제대로 권한을 주고, 문제가 생기면 지주사에 책임을 묻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되는 것이 인사 문제다. 외부에서 전직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낙하산으로 회장, 행장으로 내려오는 시스템에서는 내부 소통에 한계가 있고 사소한 갈등도 쉽게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가 도입된 지 얼마 안됐고, 권력 다툼이나 지주회사 회장이 책임지지 않고 자회사 경영에 간섭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지주회사 체제가 금융의 겸업화 추세 속에 선진적인 제도임은 분명하다”며 “지주회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도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