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지 10일로 한달을 맞은 가운데 삼성그룹이 일각에선 제기하는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0일 “최근 증권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현실과 괴리가 많다”면서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선 지주회사 전환을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산업자본이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는 금산분리 규제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지주회사 전환에는 너무나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큰 축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에 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20% 미만이어서 증여만으로는 지배력이 취약해지는 만큼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을 증권가는 제기하고 있다.
순환고리의 정점에 있는 기업들을 각기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금산분리 규제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20.7%)로 이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들에게 증여할 경우, 2대 주주였던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19.4%)가 돼버려 관련법에 저촉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6%)과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37.5%) 등도 해소해야 한다. 게다가 지주회사로 자회사의 지분(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을 보유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3세들에게 증여할 경우 5조∼6조 원이 필요하지만, 지주사 전환에는 최소 20조 원이 들어갈 것이란 추산이다.
다른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선이고, 순환출자가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중복·유사 업종을 통합하는 사업 조정을 통해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를 자산으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가는 방법이 지배구조 개편에선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