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 회장 “때려 죽여도 화재 지분은 못 내놓아”
김준기 동부 회장 “때려 죽여도 화재 지분은 못 내놓아”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06.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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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남호씨 보유 금융계열사 지분 끝까지 지켜준 아버지 김 회장의 최후 선택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기로에 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동부제철을 비롯해 동부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맞은 가운에 재계 서열 18위의 동부그룹이 격량 속에빠져들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을 내놓고 회사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부도를 감수할 지를 놓고 벼랑 끝 '선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에 대해 자율협약을 추진하면서 동부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화재의 오너 지분마저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은 죽어도 못 내놓는다”고 버티고 있다.

동부화재 지분 마저 내놓으면 동부그룹 경영권은 물론 알짜인 동부의 금융계열사까지 잃게 돼 김 회장은 말 그대로 '길거리'로 나앉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불만은 상당했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는 걸 경험한 수십 년 베테랑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눈에 동부그룹은 너무 더뎠다.

한발 앞서 아까운 핵심 자산, 즉 남들이 눈독들일만 한 매물을 내놔야하는데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당국의 압박에 2013년 말 자구안을 내놨지만 이마저 이행과정에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

동부제철은 당장에 닥쳐올 유동성 위기를 자력으로 막을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에 자율협약을 통해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경우 일정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부그룹은 오는 27일까지 자율협약 신청을 끝내야 한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동부제철이 자금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매번 끝까지 버텼다. 동부화재 지분은 그 가치가 상당할 뿐 아니라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동부그룹 내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는 지배구조 상 분리돼 있다. 제조 계열사들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은 김 회장에게 마지막 보루다. 이 보루조차 이제 위협받는 상황으로 김 회장은 막다른 길목으로 몰리고 있다.

오너 일가는 동부화재를 통해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13.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2대주주로 6.9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을 위해 담보를 요구했다. 바로 장남 남호씨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이었다.

채권단이 파악한 남호씨 지분의 추가담보여력만 약 3000억원(시가기준)이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 담보여력도 충분한데 자식에게 물려줄 금융계열사를 지키기 위해 버틴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부그룹은 끝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비금융계열사가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금융계열사만큼은 지킨 것이다.

김 회장은 아들을 위해서 동부화재의 지분을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내놓았다가는 동부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현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빈털털이가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동부화재는 업계 2위 기업으로 지분 100%를 팔면 최대 5조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입장에서 동부화재 매각으로 손쉽게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협약을 계기로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채권단은 그간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이 지연된 데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김 회장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남은 시간 동안 벼랑 끝에 선 김 회장이 선택할 '최후의 수단'은 뭘까? 

부정(父情)인가 아니면 순명(順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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