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신 정부가 권장하는 체크카드를 썼더니 오히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일 금융계와 소비자단체들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면서 체크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결과 지난해 말 발급된 체크카드 수가 1억 700만 장에 이르렀다. 신용카드보다 500만 장이나 더 많다.
이에 따라 대형 마트에서, 커피숍에서, 음식점에서,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신용카드 대신에 체크카드만 쓰게 되면 개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체크카드 사용 주부는 "소득공제나 이런 거 생각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체크카드를 찾게 된다"면서 " 가계부 정산할 때도 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부는 "올해부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했다가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신용평가사가 지난 달부터 내 신용등급을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두 단계나 떨어뜨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차피 똑같은 소비활동인데, 체크카드를 사용했다고 해서 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측은 "그가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신용점수가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를 6개월 이상 일정금액 사용할 경우, 신용 평가점수에 4~5%의 가산점이 매겨지지만, 체크카드는 그 비율이 2~3%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김신숙 나이스 평가정보 팀장은 "체크카드 사용 고객의 연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신용카드 실적의 반영 비중이 더 높다"면서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은행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부응해, 체크카드로 내 통장에 남아 있는 현금을 쓰는데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것은, 신용평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