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매각설이 KT의 부인에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황창규 KT 회장은 통신분야 전문화를 통한 KT재도약을 핵심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횡 회장은 당시 첫 기자회견에서 "경쟁력 없는 사업에 대해 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ICT 계열사나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인수한 벤처업체들을 매각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점쳐졌다.
최근 KT가 비ICT 금융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전격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씨카드도 비통신 계열사면서 이석채 회장시절에 인수된 기업이다. 게다가 비교적 수익성이 좋아 값이 나가는 비ICT 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과 비씨카드가 유사한 성격이라는 점에서도 매각리스트에 거론된다.
KT렌탈과 KT캐피탈은 KT의 비ICT 계열사로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내며 효자 계열사로 알려져 왔다. 비씨카드역시 지난해 1천억원 넘는 당기순익을 기록하면서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신과 카드사의 시너지효과가 기대이하라는 점에서 통신전문기업으로의 재도약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는 KT로서는 비씨카드를 계속 계열사로 둘 필요성이 반감했다는 지적이다.
KT는 최근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비씨카드 매각설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KT 측은 “비씨카드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지불결제 시장의 선도 사업자인 비씨카드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시너지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KT가 매각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여지는 많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황 회장이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통신분야 경쟁력향상에 주력한다는 것이 핵심 경영전략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 인수당시의 기대와는 2년 반 동안 통신과 카드사의 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KT가 비씨카드를 매각리스트에 올리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얼마 전 하나SK카드와 SK텔레콤의 결별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당초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통합당시 금융과 통신의 융합 시너지를 높게 봤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유심칩에 저장하는 모바일카드 확산이 지지부진한 반면 앱카드가 인기를 얻는 등 시장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면서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변해갔다.
더구나 SK텔레콤의 할부 채권을 카드사가 넘겨받아 수수료를 챙기는 대신 통신사에 조기 유동성을 마련해주는 ‘팩토링’ 사업도 한계에 부딪혔다. 시너효과를 기대할 만한 영역이 대폭 축소되면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이 추진되면서 SK텔레콤의 결별설이 나왔다.
비씨카드를 인수한 KT역시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011년 이석채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에서 분리된 하나카드와 SK가 손잡은 것에 자극받아 비씨카드를 인수하며 모바일 결제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겠다고 천명했다.
이 회장은 하나SK사장이었던 이강태 전 사장을 직접 영입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 영업 환경이 어려워졌다.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컨버전스 사업전망이 흐려지자 KT는 적극 투자에 나서지 못한 채 상황을 관망해 온 상태였다.
KT가 ICT분야 역량집중에 의한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와 성장이 당면 최대 목표이고 보면 비씨카드 매각설은 그냥 흘러 넘길 수 만은 없는 얘기다.
매사에 '꿩잡는게 매'인 법-.
업계에서는 외국기업 한 두 곳이 비씨카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들이 적극 나서게 되면 KT가 언제라도 비씨카드 매각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