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주 방한 기간 동안 세간의 관심은 오히려 그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많이 쏠렸다. 뛰어난 외모에 화려한 패션감각이 더해져 과연 말로만 듣던 중국 퍼스트 레이디의 '소프트 파워 외교'를 실감케 했다.
이 가운데 조용히 빛난 사람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싱글인 박근혜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조 외교'의 도움을 받지 못한 박 대통령은 앞으로 외국정상들의 국빈방문 때 조 수석을 계속 활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시진핑 중국 주석의 국빈 방문 때 조 수석에게 시 주석의 부인 펑 여사를 맞이하는 역할을 맡겼다. 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조 수석은 3일 시 주석이 방한한 첫날 영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창덕궁을 찾았다. 그는 펑리위안 여사를 안내해 인정전과 부용지의 영화당, 춘당대 등을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펑 여사가 이날 화려한 패션인 반면 조 수석은 짙은 회색 정장을 고수했다. 자신보다 펑 여사를 돋보이게 했다.이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중 양측의 고위층이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평가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펑 여사는 창덕궁 인정전을 보며 "과거와 현재가 조화로운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드라마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시진핑 주석을 초청하면서 펑리위안 여사와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한중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펑 여사는 2009년 시진핑 주석(당시 부주석)이 방한했을 때 동행하지 않았다.
국빈방한 때 국빈부인과 일정을 소화하는 일은 청와대의 퍼스트레이디가 맡아왔다. 이번에 사실상 조 수석이 박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중국언론사인 신화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이번 시 주석 방한 때 이 원칙을 바꿔 조윤선 정무수석을 퍼스트레이디 대행역으로 맡겼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의 환대에 짐짓 놀라는 눈치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정상의 '내조외교'도 중요하다.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조 수석이 이런 역할을 할 경우 박 대통령의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달 12일 정무수석비서관(차관급)에 임명된 조 수석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외견상 그는 한 단계 '강등'을 당해 청와대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등으로 위기에 몰리자 대선 캠프에서 자신을 도왔던 조 전 장관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급을 낮추면서까지 청와대로 이동시켰다는 점은 박 대통령이 그만큼 그를 신임하는 것이다.
조 수석은 박 대통령과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자 대변인을 연이어 맡았다. 박근혜 정부 첫 내각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훤칠한 외모에 밝은 미소,여성다움을 잃지 않는 품격이 조 수석의 자산이다. 동양적 풍모와 서양적 발랄함이 조화를 이뤄 이번 펑 여사 수행에도 그는 빛을 발했다. 영어구사 실력도 수준급이며 사교적인 태도가 정상급 외교적 의전에 걸맞는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