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첫 선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의 '백일 잔치상'은 어떨까.
지난 100일간 이 총재가 역점을 둔 것은 인사부문. 사실상 '친정체제' 구축이다. 전임 김중수 총재가 단행한 조직개혁이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요소 역시 만만치 않았던데 따른 조직정비 차원이었다. 이 총재가 김 전 총재 시절 부총재로 퇴임할 당시 퇴임사를 통해 조직개혁과 관련해 한은 고유가치가 부정되는 것에 대한 비판을 했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취임 이틀만인 4월3일 일부 국실장 인사를 단행했다. 5월9일엔 박원식 부총재가 사실상 유례를 찾기 힘든 중도사임을 하면서 이 총재의 김 전 총재 지우기 논란은 극에 달했다. 몇몇 부총재보들이 중도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때 나돌았다.
지난달 18일 단행한 국실장 및 부서장 인사에서도 이 총재와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의 금위환향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김 전 총재시절 조직개혁 명분하에 외곽으로 밀렸던 인사들이다. 소위 올드보이(Old Boy)들의 귀환이었지만 능력을 안팎으로 인정받았던 인물들이었던 만큼 한은 내부는 환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김중수 키즈(Kids)로 분류되던 인사들의 잔류와 취임초 사실상 좌천됐던 인물의 보직 임명으로 화합형 인사라는 평도 받았다. 당시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자료를 통해 “지난 64년의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달 23일에는 이 총재와 1977년 입행동기이자 후배로 오랜기간 손발을 맞췄던 장병화 외국환중개 사장이 부총재로 복귀했다. 지난 4일엔 강태수 부총재보가 용퇴하면서 이 총재가 구상하는 인사의 밑그림이 완성단계 직전에 와 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강화에도 역점을 뒀다. 다만 4월 첫 금융통화위원회와 이후 미국 위싱턴 기자회견, 그리고 5월 금통위까지 “기준금리의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위 ‘깜빡이(인상신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총재는 6월 금통위에서 이에 대해 사실상 해명하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6월 금통위 다음날인 13일 출입기자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 그는 “소통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성장을 중시하는 최경환씨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때마침 일부 정치인과 경제전문가들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채권시장 또한 시장금리를 1년여만 최저치까지 떨어뜨리며 한은을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 7월 금통위가 하루 앞으로(10일) 다가온 가운데 이같은 정치권과 시장의 압박을 이 총재가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본격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