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인가 아니면 '변절'인가?
7.30 재보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을 폭로한 권은희 전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 당초 밝혀온 불출마 입장을 바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기로 했다. 그의 전략공천을 두고 새 인물의 수혈론과 국정원 선거 폭로 정당성의 훼손이라는 등의 논란이 심하다.
권 전 과장은 지난 달 30일 사직하면서 언론사에 "7·30 재보선 출마에 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그는 불출마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주변에서 이번 결정으로 국정원 사건 외압 의혹의 진실을 밝히려고 한 그동안의 노력과 나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런 염려만 하는 게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라고 강조했다.
권 전 과장은 "지금껏 걸어온 길로 쭉 걸어가서 진실을 밝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우려나 비판을 피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나름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각각 '후폭풍'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권 후보를 비난했고, 야당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제기가 결국 새정치연합과 정치적 뒷거래를 한 것이었음이 이번 공천을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일종의 '보상 공천'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내부 고발'의 순수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 "대선 불복 논란으로 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의 공천을 우려했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이번 재·보선 전략 공천은 링 위에 올라오기도 전에 심각한 내상을 입게 만든 최악의 전략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권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야당 텃밭인 광주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그의 선택이 정치인으로서 '면류관'을 쓰는 일일지 아니면 '가시밭길'이 될 지는 점차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