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 할 일 그동안 왜 못했나?
진즉 할 일 그동안 왜 못했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07.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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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금융규제 '완화 카드' 시장선 시큰둥

 
<김영준기자>정부가 10일 발표한 금융규제 완화 ‘카드’는 금융시장과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금융현장의 법령·숨은 규제를 개혁하고 경제와 금융에 새로운 기회와 성장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1천769건 중 711건(40%)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 별로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증권, 보험 업종의 주가가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하다.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주가를 흔들 만한 재료로 보긴 힘들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주식시장은 11일 1.46% 오른 906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0.70%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금융규제 완화책의 최대 수혜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KDB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장중 상승 흐름을 이어갔지만 장 막판 조정을 거치며 결국 전 거래일과 같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 안에 따르면 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한도가 자본의 60%에서 100%로 확대된다. 증권사가 인수합병(M&A) 등으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상대로 대출 영업을 하기 쉬워진다는 의미다.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보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업권에 관계없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가 허용된다는 점도 이번 규제완화의 핵심 내용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자본이 튼튼하고, 브랜드력 있는 대형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며 “투자심리가 다소나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겠지만 증권사 수익성에는 크게 보탬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KB투자증권은 규제완화 발표 후 증권 업종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다는 리포트를 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룹 내에 은행, 증권, 보험을 다 가지고 있는 금융지주 정도만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주도 증권주와 상황이 비슷하다. 기업 건전성 강화를 위해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을 150% 수준에 맞추도록 하는 감독당국의 권고 기준이 단계적으로 사라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주들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0.4%로 소폭 올랐지만 LIG손해보험(-0.93%), 삼성화재(-1.13%) 등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금융당국의 보험료 통제와 같은 핵심 규제를 풀지 않는 이상, 보험업계의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위가 심혈을 겨울여 만든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올해 금융계 최대 화두이었던 데다  나름대로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금융사들이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영업 자율성도 확대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번 규제 합리화로 보험사들은 해외 은행 인수 등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으며, 고령층 대상 보험료 제한 규제 완화(안전할증 30→50%)로 관련 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과도한 공시나 보고서 중복항목도 삭제하거나 단순화 해 보험사들의 비용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요율 자율화와 시장 진출 규제 완화를 요구했던 보험업계는 앞으로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정책이 보험사를 비롯해 금융소비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보험사기 등 부작용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다.

변액보험의 경우, 원금 보장 관련 민원이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에게 가입자가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높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로서는 초기 높은 사업비를 떼이지 않고도 원금의 90%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생겼다고 여길 수 있으나, 변액보험이 10년 이상 투자해 수익률을 얻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조치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보험의 특성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변액보험 수익률을 월별이나 분기별로 공시하도록 한 것은 단기간의 수익률만을 보고 불안감에 해지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결국 보험사, 소비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 사고로 부양책임을 지지 않은 부모의 보험금 청구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새롭게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보험금을 법정상속인이 아닌 제 3자로 두거나 변경할 경우, 보험사기 등 범죄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니라 부작용에 따른 역기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이 보험업계나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차례차례 할 수 있는 금융규제 완화를 한꺼번에 711건 씩이나 물붓듯이 쏟아냈다는 점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평소에도 당국이 성의만 보이면 미리미리 금융소비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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