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예방은 철저한 원인 규명으로 시작돼야
대형 참사 예방은 철저한 원인 규명으로 시작돼야
  • 조휘갑
  • 승인 2014.07.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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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휘갑칼럼>우리는 대형 참사를 거듭 당하면서도 대응 방법이 늘 판박이다. 서해 페리호 침몰과 삼풍백화점 붕괴 때의 국민적 충격은 세월호 참사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때마다 정치권이 나서서 사건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국민성을 탓하는 거대 담론이 여론을 선도했다. 정치권과 언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사건을 이런 식으로 몰아간다. 정부에서는 장관이 물러나고 대통령이 사과한다.

  특히 정치권은 대형 참사 때마다 국정조사를 금과옥조로 삼지만 민심을 줄타기하면서 정치적 이득 챙기기에 바쁘다. 이번 세월호 국정조사도 당리당략이나 쫓던 전례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가장 중요한 일인 재발 방지를 위한 정밀한 원인조사와 대책수립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다. 유사 사건이 반복돼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선진국은 재발방지대책이 나오기까지 1년 2년은 보통이고 때로는 5년 10년도 걸린다지만 우리 정서는 당장 대책을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긴다. 정부는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對)국민담화가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후속 조치 27건을 발표했다. 그렇게 허둥지둥 만든 대책이 허술하지 않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이미 발표한 대책 중 해양경찰청 해체를 보자. 언론이 앞장서고 여야 정치권과 사이비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해경을 질타했다. 해경이 구조에 투입된 후 40여분 동안 172명을 구조한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모든 것이 해경만의 책임인 양 몰아붙였다. 차분하게 해경의 조직 문제인지, 운영 문제인지, 지휘체계 문제인지, 당시 출동 경찰관들의 자질 문제인지 등 사고 매카니즘을 철저히 조사해야 밝혀질 사안인데도 말이다.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세월호의 무리한 증개축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평형수 기준 적재화물량과 적재 방법 및 구명설비 등에 관한 규정은 왜 안 지켜졌는지, 감독은 왜 안 됐는지, 법규 미비는 무엇이며 기존 법규가 이행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세월호 선원들은 왜 비정규직이고 경력이 짧은 초심자들뿐인지, 경영환경이 열악한 이유가 무엇인지, 규정 준수는 기업과 종업원에게 각각 어떤 득실이 있는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 수준은 적정한지 등이 우선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이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참사도 과적이 문제였던 만큼 이후 과적 문제는 어떻게 다뤄졌는지 등도 밝혀야 할 것이다.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고의 직·간접 원인이 된 제도 및 운영상의 모든 문제점을 하나하나 밝혀내는 사고 원인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스템작동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철저한 원인 조사와 분석 없이 제도, 운영 방식, 의식 등에 관한 근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삼풍백화점 사고 때 보도됐던 서초구청 실무자의 증언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자기가 안전진단 해야 할 건물 60여개를 규정대로 진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더구나 자기는 건축 직이 아닌 토목 직이라 안전진단 안목이 부족하고, 안전점검 외에도 인허가 관련 업무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실태파악이 되지 않고 ‘안전 점검 주기를 단축하라’는 대책을 세운다면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형 사고에 대해서는 ‘선(先) 철저한 원인 조사, 후(後) 실천하는 재발방지대책’의 전통을 세우자. 사고 조사를 국회가 주도하더라도 반드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않기로 해야 한다. 특히 사법처리를 위한 조사와는 별개로 해야 한다. 책임추궁 목적으로는 진상파악에 한계가 있으니 재발방지대책수립 목적의 조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선진국들은 통상 여야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한시적 독립기관으로 설치하고 관련 기술자, 법률가, 경제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회계사 등 각 부문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전제로 한 구조다. 이래야 비로소 정치적 이해와 법적 책임회피를 초월한 정확한 원인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법규의 보완, 조직, 인원, 예산 등 적절한 후속조치가 담보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한다. 대책이 시스템개선뿐 만아니라 시스템작동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조휘갑 ( wkapcho@hanmail.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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