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확 풀린 '판도라 상자' LTV·DTI 문제 없나.
<진단>확 풀린 '판도라 상자' LTV·DTI 문제 없나.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07.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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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자부담 경감"..경제·금융학자 70명 "가계부채 위험 증폭"

이른바 '판도라 상자'로 논란이 돼 왔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대폭 풀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이전부터 공언해온 내용이지만 과거 금융위원회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선”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세부내용에 관심이 쏠려왔다.

기획재정부가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금융업권별 지역별로 차등적용됐던 LTV·DTI 차등을 통일하고 은행권 적용비율을 상향하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LTV는 전 금융권에 대해 70%, DTI는 수도권과 모든 금융권에 60%가 적용될 방침이다. 현재 LTV는 은행권의 경우 서울ㆍ수도권 50%, 지방 60%로 제한된다.

그러나 경제·금융학자 70명은 이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가계부실과 금융건전성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날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가계부채가 1000조원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부동산 금융규제인 LTV와 DTI를 완화할 경우 가계·금융부실이 초래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2년 기준 LTV 비율이 100%를 넘어 대출원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 소유자는 8300여명으로 LTV 50~60% 구간 대출자는 약 94만명, 40~50% 구간 대출자는 65만명에 이른다.

가계 연평균 이자부담의 경우 2010년 93만원에서 2011년 105만원, 2012년 114만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또한 올해 4월 기준 0.57%로 2009년의 0.33%보다 증가했다.

이들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최근 한국 정부가 LTV와 DTI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LTV와 DTI를 부동산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채 문제 악화와 더불어 경제 구조 전반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불황은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경제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인위적 부동산 부양책보다 건설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 가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된 개선방안에 따르면 LTV를 70%로 상향조정하면 대출 여력이 커져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실수요자들의 혜택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LTV는 빌려주는 은행 쪽에, DTI는 빌리는 개인 쪽에 초점을 더 맞추는 것이어서 LTV는 은행 부실을, DTI는 국민 개인이 부실해지는 걸 막는 안전 장치라는 분석이 많았다.

LTV가 최대 70% 수준으로 제한되면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설명이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유도하고 동시에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꾀하려는 의도다.

현재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의 경우 수도권에서 LTV가 최대 85%까지 적용되는데 이를 낮추면 가계부채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2금융권 등의 부채가 은행권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후속자료로 16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Q&A 자료를 내놨다. 기획재정부가 ‘지역별.금융업권별 차등 완화 등 LTV·DTI규제를 합리화‘라고 짧게 밝힌 반면 금융위원회는 반대로 할 말이 많았다는 얘기도 된다.

금융위는 일단 “금융안정 규제로서 LTV, DTI 규제의 기본 취지는 유지되어야 하며, 부동산 대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간은 유지한다는 대전제를 내놨다. 하지만 “여러 여건 변화를 반영하여 규율체계를 정비하고 지역별·업권별 차등을 해소하는 등 규제의 합리적 정비를 추진한다”고 이번 완화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특히 신제윤 위원장을 포함해 과거 역대 위원장들은 ““LTV·DTI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가계부채 관련 정책이며, 이를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번 정책 변화에 대해 “LTV·DTI 규제에 혼재되어 있었던 부동산 정책 측면의 고려 요인을 제거해 금융안정 규제로서의 취지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정책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스스로 부동산정책이라고 인정한 셈이어서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주택대출 규제 개선의 효과만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실제 가계부채가 조금도 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다소 배치된다.

금융위는 반면 가계대출이 2금융권에서 이번 규제완화로 은행권으로 옮겨오면서 질적구조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도 내놨다. 2금융권 고금리대출이 은행권 저금리대출로 전환돼 가계 이자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현재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하여 가장 큰 위험요인은 2금융권 대출의 증가 속도라고 못박아 은행권에서는 어느 정도 대출이 늘어도 용인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금융위는 이밖에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던 2금융권의 대출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영업충격도 있을 수 있지만 관계형 금융이라는 본래 취지에 더 알맞게 될 수 있다며 금융사 모두에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대폭적인 DTI 완화 등 새 경제팀의 내수활성화 카드에 대해 “양적으로 키워서 성장을 도모하려는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이 적지 않다.

새 경제팀은 LTV는 전 금융권에서 최대 70%까지, DTI는 최대 60%까지 일괄적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LTV와 DTI는 늘 짝을 이뤄 나오는 금융안정 목적의 규제지만, 성격은 다르다. LTV는 적정담보가치를 확보해 금융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달리 DTI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차입을 예방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그 기준선을 높일 경우 차주가 주택 구입 등을 위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진작 대책과 연계성도 적지 않은 측면이 있다.

LTV와 DTI에 대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금융안정 규제'라는 LTV와 DTI의 기본 취지는 유지돼야 하고, 부동산 대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여건 변화를 반영해 규율체계를 정비하고, 지역별, 업권별 차등을 해소하는 규제의 합리적 정비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업권별 차등으로 제2금융권의 LTV, DTI 한도가 더 높게 운영됐는데, 이 때문에 2금융권 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의 구조와 질이 악화되고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했었다"는 시각이다.

2014년 3월말 기준으로 LTV는 전 금융권 평균 51.1%, DTI는 34.3%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볼 때 대출 상한선 때문에 대출받고 싶은 사람이 못 받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실질적 구매력을 가져야 하는 대다수 서민·중산층의 실질소득과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현재 가계대출에서 제2금융권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DTI 규제까지 완화하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소비를 위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LTV, DTI 규제 완화 효과는 추가대출을 통해서 집을 살 수 있는 고소득층과 강남권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는 결국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을 통해 수도권 전반의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서민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처방이 내수증진 효과보다는 소비 위축과 가계부채 문제와 서민 주거안정 불안 심화로 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DTI 완화와 관련, “금융기관간, 지역간 차별화 돼 있는 비효율을 통합 간소화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전반적으로 톤을 완화하는데는 신중했으면 좋겠고 특히 DTI는 좀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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