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지체없이 지급해야
`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지체없이 지급해야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4.07.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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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재해인정 올바른가” 논란...이제라도 미지급 보험금 유가족들에게 돌려줘야

 

금융당국이 그동안 보험업계 현안이던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ING생명에 대해 기관 주의와 임직원 주의, 과징금 등의 제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미지급했던 2179억원 의 보험금을 가입자 유가족들에게 물어줘야 한다. 생보업계에 한바탕 대형 폭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ING생명에 대해 자살보험금을 추가 지급 결정을 내렸다. ING생명은 미지급금액 428건에 대해 560억원의 자살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며, 4900만원의 과징금도 물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재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도 지도 공문을 통해 자살보험금 추가 지급을 지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후속조치로 ING생명과 유사한 자해(자살) 관련 약관이 포함된 상품을 판매한 다른 보험회사에 대해 약관에 따른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1차적으로 각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안내한 뒤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보험사에 대해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이같은 조치는 보험금 미지급 논란에 대한 당국의 강경한 메시지를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ING생명에 대한 제재안에 보험금 지급 관련 강제사항이 포함되지 않아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당국의 이번 조치로 사실상 보험사들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제재를 받게 됨에 따라 비슷한 약관상 오류를 저질렀던 다른 보험사들도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ING생명과 같은 상황에 처한 보험사는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전 생보사다. 김기준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지급 생보업계의 재해사망보험금은 총 2179억원이다.

또한 ING생명의 적발 사례와 같은 재해사망특약이 들어간 상품 보유 현황을 전체 보험사를 대상으로 취합한 결과 총 281만7173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대형사는 158만1599건이었고, 중소형사 58만9572건, 외국사 64만6002건 이었다

이번 제재심의위는 지난 해 8월 금감원이 ING생명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일부 보험금(2003~2010년) 지급건을 미지급한 사실을 발견한 것에서 촉발됐다. 당시 ING생명은 경징계와 과징금을 통보받았지만 이후 이 문제는 생명보험업계 전체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쟁점으로 떠올랐다.

생명보험은 자살면책 기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ING생명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해놓고 일반사망금을 지급해왔던 점이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는 이번 건과 연관된 보험권 미지급 보험금 규모를 모두 2179억원으로 추산한다. 삼성생명이 약 450억원, ING생명과 NH농협생명이 각 200억원, 알리안츠생명 160억원, 한화·교보·신한·동부생명이 각 100억원, KDB생명과 흥국생명이 각 50억원 규모다.

문제는 생보업계의 반응이다. 만일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향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업계는 일단 건별 대응으로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준을 세우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도가 내려온다고 해도 일률적으로 모든 고객들에게 '재해'로 사건을 규정해 보험금을 재지급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건별 대응 기조로 문제제기를 해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심사에 돌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나 법조계, 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타당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전후 관계를 덮어두고 최대치인 재해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당국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해 자살보험금은 모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주류여서 보험사 역시 향후 대응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ING생명 당국자는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560억원을 보험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엄청나게 큰 부담"이라면서 "보험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여서 대응할 수 있는 법률 검토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생보사들이 표준약관 복사에 따라 약관에 실수가 있었으나 어느 생보사도 이를 보험료율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 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업에서 자살에 의한 사망은 일반사망으로 보고 있어 약관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해서 재해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ING생명에 대한 제재가 확정됨에 따라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모두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은 보험 약관 준수라는 기본 원칙이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된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 약관 준수라는 기본 원칙이 반영된 당연한 결과"라며 "해당 보험사들이 행정소송 등으로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보험사들이 약관에 명시되어 있다는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사례는 많다. 당국은 이번 결정에 약관의 토씨까지 들이대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들이 수세에 몰리자 이중잣대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는 생보사들이 행정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방법 외에도 현재 2년인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를 앞세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올바로 지급해야 하는 것은 보험사의 의무이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불법행위 소멸시효는 10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가입자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약관에 규정돼 있다. 약관을 해석을 달리해서 안지켜도 되는 임의규정이 아니라 그대로 준수해야 하는 강제규정이다. 그대로 지체없이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보험약관은 가입자가 피해를 입어도 약관대로라며 밀어붙이기 일쑤인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의 경우에만 예외를 들어 지급을 기피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 아울러 가족을 잃고도 하소연할 길도 없는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못을 두번 박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전수 검사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설 방침이다. 이 방침이 강력히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자살한 고객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온 보험회사들로서는 이제라도 미지급 보험금을 유가족들에게 반드시 지체없이 지급해야 한다. 그것이 당장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신뢰를 되찾고 보험업계의 신용을 담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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