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지 31일이면 1년6개월이 된다. 대기업 총수로는 최장 수감 기록이다. 장기간 경영공백 사태를 겪는 SK그룹은 악몽 같은 시간이다. 최 회장 부재중 주력 계열사의 성적표는 곤두박질쳤다. SK하이닉스를 빼고 나면 SK이노베이션 등 주력계열사의 실적은 초라할 정도다. ‘SK 위기론’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이번 주부터 줄줄이 SK네트웍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그러나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거나 정체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분기 SK그룹의 체면을 세운 것은 ‘막내’인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1조573억원, 2분기 1조8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전부다. 1분기 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 영업이익은 고작 8482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던 2009년 1분기 영업이익(1조6836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 하락, 환율급락, 화학사업 수익악화라는 3중고를 겪으면서 매출 16조4937억원에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최 회장이 오래전부터 공을 들인 석유개발사업 부문에서 1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SK텔레콤도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시장 기대치인 영업이익 6000억원에 못미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래도 회의적이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사업구조의 재편이나 대형 인수합병(M&A), 투자 등은 최 회장의 부재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언제까지 호실적을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SK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최근 CEO 30여명이 워크숍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