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올 수 있다"
장하준 교수,"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올 수 있다"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4.07.2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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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는 있는 규제마저도 제대로 집행않는 현실이 초래한 비극"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세월호 사고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 그나마 있는 규제마저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현실이 초래한 비극입니다”

장하준(51)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출간기념회에서 "최근 20여 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규제는 무조건 풀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런 생각이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지난 해 영국 펭귄 출판사에서 영어판으로 출간돼 화제를 모았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등 장 교수의 지난 책들이 특정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경제학 전반을 돌아보는 개론서다.

 “경제학의 정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시작해 신고전주의·마르크스 학파를 비롯한 여러 경제학파 간의 논쟁 등을 담았습니다. 독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접하고, 경제문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렀으면 합니다.”

장 교수는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올해는 영국의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뽑은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선정됐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해 한두 가지 사건으로 위기가 촉발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등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불안한 상황에서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가 처음 했던 양극화 해소나 복지에 대한 약속을 어긴 것이 되게 많다. 일을 하다 보면 경제 사정에 따라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다. 그러나 약속을 너무 가볍게 깬 것이 아닌가 한다. 바꾸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잘 설명했어야 한다.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두 번째로는 우리 경제에 어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한 단계 도약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앞선 대부분 정부가 그랬다. 기술력도 키우고 투자도 많이 하고 시장도 개척해야 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자꾸 뒤로 미루게 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주축으로 하는 새 경제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기업에 쌓인 돈을 풀게끔 하기 위해 과세를 하려 하자, 선진국에선 유례없는 일이란 반발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사내유보금 자체를 문제 삼았던 사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남들이 안 한다고 못 할 것은 없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투자를 하거나 임금을 올리거나까지는 좋은데, 배당을 해도 과세 대상에서 봐준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의도와 맞지 않는다. 배당금으로 주면 30%는 외국으로 나간다. 가계 투자자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외국 투자자들 중심으로 배당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를 더 장려하는 게 우리 경제에 좋은 건지 생각해 봐야 한다. 왜 배당이 끼었는지를 이해를 잘 못 하겠다. 
 
- 한국에선 특히 심각한 문제지만 잘 다뤄지지 않는 게 비정규직 문제다. 이에 대한 생각은. 
 
비정규직이 기업 입장에선 유연성을 늘려 좋을지 몰라도 노동자들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로선 매우 고달픈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복지 제도 자체도 부족해 문제다. 단기 고용이 많은 네덜란드 등 유럽 나라에선, 다음 직장을 얻을 때까지 복지 제도로 먹고살 수 있어 한국처럼 문제가 안 된다. 한국은 OECD에서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이 개발도상국인 멕시코를 제외하면 단연 꼴찌다. 우리보다 훨씬 후진국인 터키나 칠레보다도 못하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문제가 더 되는 이유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자유무역 중심의 대외 경제 정책을 반대해 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자유무역이란 건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하면 서로 자극이 돼서 좋지만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나라들끼리 하면 결국 후진국이 손해다. 단기적으론 무역 확대란 이익을 보겠지만 장기적으론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1960년대 무역 개방을 했으면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도 없었을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한 평가는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 20~30년 뒤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취약 산업인 제약, 화학 산업, 나노, 생명 공학 등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가 문제다. 흔히 하는 평가처럼 2년 사이에 무역이 얼마나 늘었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그런 각도의 비판이 아니었다. 20~30년 뒤에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TPP와 같은 지역 그룹에 가입하는 것은 이젠 정치적 문제가 돼 버렸다. 미·중 갈등 속에 어느 그룹에 들어갈 지란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 등을 봤을 때 어느 한쪽에도 쏠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가 다자간 무역질서를 앞장서서 주창해야 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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