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사퇴와 한국축구의 장래
홍명보 감독의 사퇴와 한국축구의 장래
  • 류동길
  • 승인 2014.07.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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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2014 브라질 월드컵은 끝났다. 지구촌 곳곳에서 웃고 우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나라는 209개국으로 193개 유엔회원국보다 많다. 세계가 축구에 열광할만하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의 승부다. 오죽하면 축구전쟁이라고 할까. 실제로 축구 때문에 전쟁을 하거나 전쟁을 하다가 휴전한 경우도 있다. 국교를 단절한 예도 있다.

  독일의 뢰브 감독은 코치로 2년, 감독으로 8년 대표팀을 맡아 귀화했거나 이민자 후손 등 유능한 선수들을 발탁해서 단련시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팀을 만들었다. 독일의 우승은 준비된 결과였다는 건 우승이 확정된 뒤 "이 우승을 위해 10년을 준비했다"는 뢰브의 소감이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16강 진입 실패에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예선 조 편성이 됐을 때 알제리를 제물로 삼겠다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의 16강 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누가 짠 각본인지 국민은 그렇게 믿었기에 실망이 컸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후 사의를 밝혔지만 축구협회는 그의 유임을 발표했다. 홍 감독을 방패막이 삼아 비난의 화살을 피해보겠다는 축구협회의 계산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매입사실과 예선 참패 뒤 선수단의 회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홍 감독은 물러났다. 형식은 자진사퇴였지만 여론의 악화에 밀려나간 것이다. 감독의 부동산 매입이 경기결과와 무슨 관계가 있으며 선수들의 회식이 감독직을 내놓아야할 정도의 죄인가.

  홍 감독을 두둔하거나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경기 결과에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잘못된 과정을 돌아봐야한다는 걸 말하고자 함이다. 16강 탈락이 선수단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표 팀 운영에 원칙도 없고 무능과 밀실행정으로 일관해온 축구협회에 책임을 물어야한다. 대표 팀 감독선임과 선수선발, 전술운용, 세계축구 추세파악 등을 소홀히 한 무능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기술위원회의 책임도 물어야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대패하자 한 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 현지에서 쫓겨났다. 축구협회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이고 성적이 나쁘면 감독 갈아치우는 행태를 보여 왔다.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원칙도 장기계획도 없이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는 행태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꼬리자르기에 다름 아니다.
  오래 전 한국감독을 맡았던 비쇼베츠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한국축구가 살길은 “축구협회를 해체하면 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한국 축구가 살아나려면 최소 10년계획은 내놓아야한다.

  축구협회는 국내감독이든 외국인이든 일회용 반창고처럼 쓸 생각을 말고 훌륭한 인재를 골라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감독이었던 허정무 이후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까지 4년간 3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사정이 이런데 무슨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낸 히딩크 감독이 진단한 한국축구의 문제점은 투지와 체력의 약화였다. 시간과 공간을 선점(先占)하는 '압도와 압박'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체력강화 훈련을 거듭했다. 그런 결과 4강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축구가 살아날 길은 유소년 축구부터 활기를 띠게 하는 등 기초부터 다지고 K-리그의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월드컵에만 열광할 일 아니다. K-리그를 외면하면서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이기기만 바라는 건 씨앗 뿌리지 않고 열매 따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칫하면 월드컵 16강이 아니라,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축구협회의 개조가 급선무다.

  무한경쟁시대에 경쟁상대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뛸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사방이 높은 방어벽이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전략을 짜고 돌파구를 찾아 골을 넣어야한다. 축구도 경제도 마찬가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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