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혁신’ 용어 부적절하다
‘국가혁신’ 용어 부적절하다
  • 장태평
  • 승인 2014.07.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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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칼럼> 얼마 전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안전 혁신과 공직사회 개혁 등을 위해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딛고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자는 취지라 한다. ‘국가대개조’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보면, 이번 기회에 기필코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겠다는 정부의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개념상 ‘국가대개조’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다행히 용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국가혁신’이라는 용어로 변경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재고했으면 한다. 이유는 ‘국가’의 개념 때문이다.

  국가는 개조하거나 혁신하는 대상이 아니다. 근세부터 국가는 정부와 구분되어 사용되어 온 개념이다. 국가는 국민들의 공동체이며 국민들이 합의하여 이룬 이념체이다. 정부는 이 국가를 관리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국가는 정부를 통해서 일한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는 엄밀히 말해 국가가 아닌 정부의 잘못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 정부의 시스템과 그 속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의 잘못으로 발생했다. 그런데 국가의 틀이 잘못된 것으로 강조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가는 영원히 존속할 존재이다. 예를 들어 좋은 가문의 후예들은 가문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가문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문을 개조하겠다고 주장하는 일이 있겠는가? 후손들이 열심히 잘 해서 출세하면, 가문이 더욱 빛나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는 가문보다 더 크고 광범위하며 지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이고 미국이고 모든 나라들은 그 국민들이 그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홍익인간의 이념을 이어받은 위대한 문화국가이다. 우리가 스스로 헐뜯고 비하하고 고쳐야 한다고 아우성칠 만큼 잘못된 국가가 아니다. 지금 세계가 부러워하고 본받고 싶어 하는 국가이다. 우리가 그 높은 가치를 훼손하지 말고 자랑과 긍지로 지켜나가고 고양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우리 겨레의 영원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각 정부는 영원히 존속할 국가의 한 시대일 뿐이다. 각 정부는 이 위대한 국가 대한민국의 부끄럽지 않은 관리자가 되고, 국가의 위대성을 확장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국가가 잘못되어 이를 고치겠다는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므로 개념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 국가를 혁신하겠다고 내놓은 내용을 보면, 공직개혁과 안전혁신, 부패척결, 의식개혁 등으로 되어 있다. 이런 정도의 일은 그동안 여러 정부가 늘 해 왔던 일이다. 중요한 일이지만, 그러나 새로운 일이 아니고, 그렇게 대단하게 표현할 일이 아니다.

 국가혁신이라는 거창하지만 애매한 표현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야말로 용두사미가 되어 정부가 기껏 노력해 이룬 성취조차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느끼게 해서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따라서 위원회의 명칭을 ‘정부제도혁신위원회’ 정도로 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첨언하면, 추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조정이 필요하다. 국가는 행정부의 독점물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전면적인 혁신을 한다면, 국회와 사법부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인정한 총리가 중심이 되어 국가적 혁신을 하겠다는 것도 일을 어렵게 한다. 그리고 혁신대상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추진 주체의 범위를 더 넓히고 보다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들이 나서서 그야말로 국민 중심의 정부혁신위원회로 꾸려가야 한다. 그리고 범국가적인 개혁과제를 포괄하는  어젠다 세팅이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은 사직단과 종묘를 건설하였다.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 앞에서 후세 왕들은 천지신명과 훌륭한 선왕들께 자신을 반성하고 경계하며 치국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요새 정치인들도 하느님과 역사와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경외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국가’에 대한 자세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일이다. 국가는 국민의 이데아이며, 역사 속에 존엄하다. 이번 국민위원회의 명칭을 겸손하게 바꾸기 바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필자소개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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