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천송이 코트' 정책...중국인들,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 실패?
오락가락 '천송이 코트' 정책...중국인들,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 실패?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4.07.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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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규정 없앴다고 '손 놓은' 정부..정교한 후속대책 필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사고 싶어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이 사실과 달랐음에도 이같은 사실관계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정황이 나왔다니...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송이 코트’는 지난 3월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지적하기 전 이미 중국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으며, 금융당국 실무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의 경우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겸용 카드를 활용하면 인증서 없이도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결제해 구입할 수 있었다.
 
관련 대책이 시행되기 전만해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신용카드로 30만원 이상 물품을 구매하려면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천송이 코트’는 30만원 이하여서 중국 소비자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 역시 인증서 없이 구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은 모두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았지만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천송이 코트'의 발단은 지난 3월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부터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국내 온라인쇼핑몰에는 여주인공이 입었던 코트를 사려는 중국인의 접속이 쇄도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복잡한 온라인 결제시스템에 막혀 포기했다는 개탄이었다.
 
이날 이후 천송이 코트는 규제개혁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른바 '손톱 밑 가시’는 일사천리로 뽑힌 듯 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후 사실관계가 제대로 대통령엑 보고되자 못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관계조차 주변에서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천송이 코트'를 언급한 직후 '천송이 코트가 공인인증서 없이도 구매 가능하다'고 청와대 실무진에 전달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지시한 취지는 ‘가격을 불문하고 공인인증서 등으로 상품 구매에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고 이번  대책도 이에 관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8일 금융위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내놓았다. 인터넷 쇼핑으로 30만원 이상을 구입할 경우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던 규정을 없애고, 결제대행업체에 카드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해 카드사에서만 관리하던 신용카드 핵심 고객정보를 결제대행업체도 보유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만 없앴을 뿐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대체할 수단은 제시하지 못한 탓에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과 카드사들은 여전히 30만원 이상 거래 시 공인인증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공인인증서보다 간편한 인증기술을 적용할 경우 카드 위조·변조 등 사고가 빈발할 우려 탓에 카드사들은 ‘우리만 위험을 무릅쓰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24일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규정은 개정됐지만 대부분 카드사가 공인인증서를 요구해 현장에서 변화를 못 느낀다”는 지적이었다. 문서상 규제는 사라졌지만 ‘체감 규제’가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규제를 없앴음에도 공인인증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 온라인쇼핑몰은 여전히 30만원 이상 거래 때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다. 규제만 없앴을 뿐 활용 여부는 업계 자율에 맡겼다. 업계가 공인인증서를 포기하지 못한 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인증기술은 이제 막 개발되는 단계였다.규제만 없앴을 뿐 규제 철폐로 생긴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해선 그간 정부도 업계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천송이 코트’ 논란은 규제개혁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물론 업계와 소비자조차 규제에 길들여져 있는 상황에선 문서상 규제를 덜어낸다고 현실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역대 정부가 수도 없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성과가 없었다. 정부도 업계도 소비자도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정교한 후속대책 집행 및 현장확인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규제개혁은 항상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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