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이 사의를 밝혔다.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은 상태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DB금융지주는 31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사퇴 여부가 결정한다. 김 사장은 사퇴가 최종 확정될 경우 8개월여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
김 사장은 사퇴의사를 밝힌 구체적인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다. KDB금융지주 측은 김 사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증권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KDB대우증권을 이끌며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능력을 놓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1분기에 613억 원의 영업이익과 46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업계 1위에 올랐다. 2분기에도 45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오히려 대우증권의 경영을 놓고 김 사장과 KDB금융이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점을 주목한다.
김 사장과 KDB금융은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지난 6월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증권업계의 불황에도 점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KDB금융과 큰 시각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김 사장과 KDB금융과 갈등은 그 골이 깊다. 김 사장은 지난 2012년 6월 KDB대우증권 사장으로 선임 된 뒤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인도네시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에 종합증권사를 육성하고 선진국에서는 자기자본투자 전문회사를 키우는 등 지역별 맞춤전략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김 사장의 이런 계획은 KDB금융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KDB금융은 해외진출 계획에 대해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KDB금융 측에서 김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KDB금융 측에서 최근 김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고 김 사장은 임기기간에 경영계획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KDB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KDB금융이 김 사장을 퇴임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KDB금융지주가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통합에 이은 KDB대우증권 매각을 앞두고 이에 적절한 인사를 앉히려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시절 임명됐다. 홍기택 회장 취임 이후 잔여임기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결국 조기퇴진의 상황에 몰렸다. 김 사장은 1988년 대우투자자문 국제업무과장으로 입사한 후 대우증권 헝가리법인과 런던법인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7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로 잠시 대우증권을 떠났다가 2012년 대우증권 사장으로 복귀했다.
내부인사 가운데는 KDB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이삼규 대우증권 수석부사장 등이 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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