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의 '불똥'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로 그룹 계열사 회사채,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1만2,000여명에게 총 625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피해가 인정된 손해액의 23% 수준이다.
이번 분쟁조정안은 일종의 ‘중재안’이다. 분쟁조정위 의결 내용은 통지 후 20일 이내 분쟁조정 신청자와 동양증권 양측 모두 조정 결정을 수락해야 성립된다. 하지만 배상 비율이 15~50%로 차등 적용된 데다 적정 비율 산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앞으로 적잖은 진통이 점쳐진다.
금융감독원은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투자자 분쟁조정 관련 상정된 안건 3만5754건 중 67.2%인 2만4028건을 불완전판매로 인정했다.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투자자는 분쟁조정을 신청한 1만6,015명 중 77.7%인 1만2,441명이다. 동양증권이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625억원이다. 법정관리 중인 5개 계열사의 채권변제액을 합하면 투자액의 64% 정도를 회수하는 셈이다. 피해자별 배상 비율은 15∼50%로 정해졌다.평균 배상 비율은 22.9%에 그쳤다.
그러나 배상 비율 산정과 관련한 논란이 벌써부터 들끓는다.무엇보다 금감원의 배상 비율 계산 방식을 보면 잘 수긍이 안된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20~40%)을 정한 뒤 나이, 투자 경험, 투자 금액에 따라 배상 비율을 가감했다.
예컨대 주식과 CP 등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에 단 1번이라도 투자한 경험이 있다면 배상비율이 2%포인트씩 낮아진다. 금감원은 “기존 불완전판매 관련 법원판례와 분쟁조정례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 불완전판매 유형과 중복 위반 정도에 따라 배상 비율을 차등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투성이다. 평균 배상 비율이 낮은 데다 투자 경험에 따라 15~50%로 차등 적용된 비율이 못마땅할 것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동양증권 사태는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판매인 만큼 조정 비율을 100%로 해야 한다”며 “사태를 방조한 책임이 있는 금감원도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투자자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지 제대로 따져 봐야 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꾸로 이번 배상 결정에서 수십 차례 채권을 매매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불완전판매 사실을 인정해준 것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투자자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동양 사태가 막바지로 치달아 위험성이 시장에 알려진 상태에서 수십 차례나 채권을 사고판 사람에게까지 불완전판매를 인정해주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과 형평성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축은행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은 번번이 국민 정서에 밀려 소홀히 다뤄졌다. 소비자 권익보호라는 방향을 지켜가되 분명한 원칙을 세워두지 않는다면 자칫 투자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우선 책임은 동양 측에 묻는 게 마땅하다. 감독당국인 금감원이 최선을 다해서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동양사태 피해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사에도 납득이 가지않는 점이 있다. 올초 동양 측이 정한 배상금이 934억이다. 그런데 이보다도 적게 배상하라고 판정한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실감독의 '원죄(原罪)'가 있는 금감원은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동양문제를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