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갈 길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갈 길
  • 이도선
  • 승인 2014.08.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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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칼럼>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기세가 자못 등등하다. 무엇보다 경제 회생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새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중에 돈 풀고, 주택대출 규제 완화하고, 대규모 민자 사업 벌이고,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고, 임금 올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 주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세법 개정도 추진한다. 

마치 한국판 ‘아베노믹스’를 보는 듯하다. 일각에선 재빨리 ‘최경환노믹스’로 포장하고, 주택시장과 증권시장에는 아연 훈풍이 분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7·30 재보선 압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이쯤에서 고삐를 늦출 기색이 아니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와 사내유보금 과세 등을 놓고 논란이 일자 “지도에 없는 길도 가겠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최고 실세답게 행보에 거침이 없다. 

어쨌든 2기 내각은 1기 내각의 무능과 무기력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허술한 구석이 많아 보이는 최 부총리의 정책들에 선뜻 딴죽 걸고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그래서다. 우선 2기 내각은 ‘행동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각국이 저마다 살길 찾아 바쁠 때 1기 내각은 번번이 사태를 ‘예의 주시’만 하다 ‘황금시간(golden time)'을 놓치곤 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은 세월호 사태 때 절정에 달했다. 승객 구조와 사건 수사도 그렇지만 경제 상황 대처도 제대로 한 게 없다. 세월호 참사는 민족의 자존심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비극은 비극이고 일상은 일상이다. 한편에선 엄숙하게 조의 표하고, 관련자 문책하고, 재발방지책 세우는 등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각 부처가 앞 다퉈 내놓아야 한다. 그게 정부다. 비경제 부처도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 너나없이 떨쳐나서도 될까 말까한 판에 소관 따지는 건 당찮다. 

1기 내각은 그러나 곳곳에서 소비가 무너져 내리는데도 넋 놓고 구경만 했다. 이보다 더한 직무 유기도 없다. 경제는 당연히 더 깊은 나락으로 빠졌고,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그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내수 부진을 못 막은 게 남의 탓인 양 올해 성장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눈치다. 말이 2기 내각이지 태반이 1기 각료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처절한 반성 없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게 뻔하다. 

국민의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 1기 내각은 갈팡질팡하며 국민을 많이도 실망시켰다. 지하경제를 겨냥한다던 지난해 세제개편안은 애먼 봉급생활자와 서민의 호주머니만 쥐어짠다는 여론의 뭇매에 흐지부지됐고,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방침은 겨우 살아날 기미가 엿보이던 주택시장에 찬물만 끼얹고 ‘없던 일’이 됐다. 정책의 일관성을 잃으면 국민이 믿지 않고, 국민이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정부다. 일찍이 공자도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거늘.... 

‘불통 딱지’ 떼기는 또 다른 과제다. 그중에서도 ‘부처 칸막이’가 심각하다. 손발도 안 맞는 내각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규제 혁파를 위해 대통령이 주재한 ‘끝장 토론’에서 뭔가 나오는가 싶더니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대통령과 내각이 작심하고 달라붙어 특단의 대책을 짜내야 한다. 국민 통합과 야당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려 해선 안 된다. 충분한 사전 설명과 진정성 있는 대화로 국민과 야당의 이해를 먼저 구하고 반대의견도 귀담아듣는 ‘열린 자세’가 긴요하다. 
 

사내유보금 과세만 해도 그렇다. 말로는 규제를 철폐해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가계소득이 늘어난다면서도 실제로는 세금이라는 초강력 규제를 기업들 어깨에 또 얹겠다는 얘기다. 그것도 가계소득에 보탬을 준다는 명분이니 이만저만한 자기모순이 아니다. 규제, 세금, 강성 노조 등으로 기업들을 외국으로 내몰아 놓고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긴박한 상황인 만큼 소비 진작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해는 되나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큰 틀’은 도외시한 채 단기 부양책에만 매달리다 부동산 투기 열풍과 신용카드 대란을 초래했던 10여 년 전의 쓰라린 경험을 잊어서도 안 된다. 

지금 국민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몹시 지쳐 있다. 모쪼록 2기 내각의 의욕적인 출발이 국민에게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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