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사고 생활비로"...빗나간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집 안사고 생활비로"...빗나간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8.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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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대출규제 풀었으나...

집을 사라고 대출규제를 풀었지만 그 대신에 돈을 빌려 생활비로 쓴다(?)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와 같은 대출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은행에선 다른 모습이 보인다. 새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다. 오히려 집을 담보로 학자금을 마련하는 등 생활자금 수요가 더 몰린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 역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가 정책 목적으로 내세운 주택시장 활성화와는 무관하게 확대된 주택담보대출이 자영업자 사업자금 등 생활자금으로 쓰일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빚에 빚을 더하는 셈이다. 결국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부동산 규제 중 마지막 보루였던 LTV·DTI 규제를 풀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기존엔 집값의 최대 50~60%(LTV)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정부는 이 비율을 70%로 확대했다. DTI(서울 50%·수도권 60%) 한도는 60%로 단일화했다.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대출한도를 늘려줬다. 주택시장 활성화가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계산이다. 

대출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 문의는 늘고 있지만 10건 중 8건은 생활자금을 빌리려는 수요자일 뿐이라고 한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미미하다. 이런 움직임은 6억원이 넘는 고가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은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기존엔 6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LTV가 50%로 제한됐지만 이번에 70%로 풀리면서 대출한도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우려해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가능하면 확대된 주택담보대출이 정책 취지에 들어맞는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쓰일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규제 완화 이후 신규 대출 문의가 지난 해와 비교해 볼 때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다만 시중은행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생각만큼 대출한도가 나오지 않은 고객은 다시 저축은행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신한·우리은행 등에 문의한 결과 대출규제가 풀린 뒤 집을 사기 위해 주담대를 받겠다는 문의는 단 1건도 없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개포주공 단지 주변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두 기존 대출에서 추가로 돈을 빌려 생활자금으로 쓰겠다는 경우였고, 10명 중 8명은 모두 생활자금 용도로 주담대를 받겠다는 고객이었다고 한다. 

시중은행 모니터링 결과도 비슷하다. 매일 서울 지점 영업점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생활자금으로 쓰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대환(고금리→저금리)하려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정책 취지와 달리 주담대가 생활자금으로 쓰일 여지가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이전보다 대출한도가 높아졌고 금리 수준도 낮다. 때문에 주택 보유자로선 추가로 대출받아 생활자금으로 쓰기가 수월해졌다. 경기 침체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에선 개인에 대한 대출평가를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대출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을 찾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점이다. 특히 일선 저축은행 창구에선 대출을 진행하던 고객이 중단하고 시중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권간 금리의 형평성이 고객의 흐름을 좌우한다. 이것이 금융권간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정책당국은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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