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금리인하와 정책실패의 책임
정부 주도 금리인하와 정책실패의 책임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8.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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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시 한은은 면책될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제정책 책임자였던 강경식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다음 해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바뀐 다음 구속되고 만다. 이른바 IMF사태의 정책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2004년 대법원은 이 두 사람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외환위기의 책임을 따지는 6년간의 공방은 이렇게 싱겁게 막을 내렸다.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를 유죄로 다스리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법에 '금융통화위원회의 손해배상책임' 조항(25조)이 있다. '금통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한국은행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출석한 모든 위원은 한국은행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규정이다.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한 위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도 달려 있다. 손해배상의 대상이 금전적 손해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 자체 해설서를 보면 '명예훼손과 같은 비재산적 손실'까지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된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 14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이 조항이 새삼 관심을 끈다. 금리인하 결정이 내수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와 거품만 키워 제3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는 까닭이다. 전자의 기대가 현실화한다면 다행이겠으나 후자의 우려가 가시화한다면 국민경제를 희생시키는 정책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부동산금융규제 완화와 맞물린 금리인하의 우려가 적지 않다. 상당 수 전문가들은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가계부채만 늘려 또 한번 금융위기로의 초대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금리인하 전부터 한국 가계부채가 국민소득 대비 세계 5위권 안에 든다고 지적했다.그런데도 가계부채를 더 늘린다고 야단이다.

다시 말해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는 반론이다. 금통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노무현 정부 말기 집값 거품을 막지 못한 통화정책의 책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고 상기했다.

정책실패에 관해서 실제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 당국자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무죄로 나왔다. 그 이후 정책실패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하다는 게 상식이다. 한은은 축구로 말하면 경제운용의 '골키퍼' 역할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공격수들이 공격을 한다고 골키퍼까지 수비를 안하고 하프라인을 넘으면 상대팀의 역습 때 당하고 만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에서 한은은 골키퍼 역할을 충분히 했어야 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압력에 밀려 ‘골키퍼가 하프라인을 넘은 꼴’이라고 한 전문가는 비판했다. 금리인하 결정이 내수활성화에 기여하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다만 기대와 거품만 키워 만일 ‘제3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경우를 이제라도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골키퍼로서 지금이라도 한은이 해야 할 일이다.

막상 비가 올 때 우산을 준비하지 말고, 날씨가 맑을 때 장마를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의 ‘유비무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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