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내분과 금감원의 '원님재판'
KB금융지주 내분과 금감원의 '원님재판'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8.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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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 처벌수위 정한 뒤 제재 '무리수'..독립된 법률상 기구 필요

[박미연 칼럼]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상됐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예상을 깨고 모두 경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두 수장이 조직에 함께 잔류하게 됨에 따라 양측의 갈등 봉합이 또다른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감원은 애초 6월 이들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두 달 넘게 미루다가 가까스로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게 되면서 그동안 징계를 지연해온 것과 함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애초 6월 말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KB금융 제재를 지연하는 바람에 다른 금융사와 관련한 업무는 손도 대지 못했다. 한마디로 ‘행정 낭비’가 심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6월9일 1억 건 정보유출 사건, 도쿄지점 부당대출,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 갈등 등의 사안으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관계자들을 제재한다고 사전통보했다. 하지만 중징계를 한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도 두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금융권에서 외압설, 봐주기설 등 뒷말도 무성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금융회사와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제재인데도 금감원이 혼자서 기소, 재판, 양형까지 다 하면서 이른바 ‘원님재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 제재 방식의 문제점은 금감원 부원장이 제재심의위원장을 맡는 것이다. 금감원이 검사와 판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제재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 현행 금융제재 제도가 과거 ‘원님재판’ 식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정부 및 정치권의 간섭의 여지가 커지고, 금융제재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임 회장 징계를 앞두고 감사원이 금융감독 당국에 제동을 걸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현행 금융사 제재의 주체도 상당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나눠먹기’식으로 제재 권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제재 독립기구를 신설해 모든 금융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사건을 통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무원칙하게 구분되어 있는 경징계, 중징계별 관할 차이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의 경우 중징계는 금감원장의 건의에 의해 금융위가 결정하고 경징계는 금감원장이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 등 일부 법령은 이런 역할 구분과는 달리 금감원장을 배제하고 금융위에 경징계 권한까지 허용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엇박자도 문제다. 금융위는 반(反)금감원 여론을 등에 업고 금감원의 제재 권한 일부를 회수하려는 작업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달 금감원을 상대로 금융기관 검사 계획 보고 의무화,중대 문제 파악시 신속 보고,금융지주 임원 문책경고 결정권 회수 등을 골자로 한 규정안 변경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직원 경징계 결정은 금융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개인에 대한 징계 결정 등 금융사에 자율권을 대폭 주되 문제 발생시 과징금이나 형사 처벌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영미식 모델로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석달을 끌어온 이번 KB금융 사태가 엄벌하겠다는 예고와는 달리 ‘솜방방이 징계’로 싱겁게 끝남에 따라 금융회사 및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 및 금융회사 임직원 징계 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제재심의위를 없애고 공정성을 가진 법적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는 경징계로 결정됨에 따라 중징계를 추진했던 금감원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사실 관계를 기초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제제 수위를 미리 결정한 후 제재를 추진하다보니 이런 무리수를 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여기에 맞춰서 근거를 찾다보니 무리수를 범했다는 것다.
 
금융기관 제재는 정치적 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가칭 '금융제재위원회'를 독립된 법률상 제재기구로 신설하고 판사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제재 절차의 법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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