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만 요란한 금감원의 '용두사미' 행정
북소리만 요란한 금감원의 '용두사미' 행정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4.08.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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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 서일필'-.

“제재 심의가 끝나고 내용을 다 공개하면 다들 (중징계를)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9일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한 이래 두 달 넘는 기간 금감원 관계자들은 중징계에 문제가 없다며 호언장담해 왔다.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라는 논란 등은 검사 과정에서 찾아낸 증거와 정황 등을 공개하면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던 중징계 방침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단계에서 무산됐다. 엄청난 일인 양 몇 달동안 시끄러웠던 KB금융그룹 제재사태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제재심의위가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 대해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결론 내리자 금감원 내부는 ‘패닉’에 빠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그렇게 세게 중징계 방침을 피력해 왔는데 설마 두 사람 모두 뒤집힐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KB금융 제재 방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처럼 원장까지 나서 중징계 의지를 밝혔던 사안이 제재심의위에서 뒤집히자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금감원이 무리수를 뒀던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고위 관계자는 “두 달 넘게 진행된 제재 과정에서 KB쪽 인사들의 로비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금감원 검사 라인의 요구는 없었겠느냐”면서 “금감원 입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제재심의위원들조차 중징계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심의위는 원칙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조직이지만, 동시에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라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제재심의위를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애초부터 조사가 부실했거나 명확한 법적 제재 근거를 갖지 않은 채 ‘괘씸죄’ 등을 적용해 중징계하려다 수습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제재심 의결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금감원장에게 있는 만큼 최 원장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원장이 몇 달을 고민 끝에 내린 제재심 결정을 뒤집은 전례가 없고,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최 원장이 중징계를 고집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금감원의 권위와 제재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검사 라인은 아주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셈”이라면서 “앞으로는 아주 확실한 근거를 잡은 게 아니면 중징계 의견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KB금융 제재 심의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 문제,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 등까지 경합해 한번에 진행됐다. 이렇다보니 제재 대상만 100명에 가까워져 심의기간이 길어진 측면이 크다. 이 중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감사원의 문제제기로 다시 심의할 상황이 생겨 이번에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다. 

금감원이 KB에 대한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괄징계 방침을 정하면서 기간이 길어지고 온갖 혼란과 공백만 커졌다. 결국 손해는 온통 해당 금융기관인 KB금융지주와 극민은행 등 KB계열사가 입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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