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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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4.08.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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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협회장 '관피아'배제로 업계출신들 '숨통'?

 
'유리 천장(Glass Ceiling)'은  현대 직장 여성들이 승진의 사닥다리를 오를 때마다 일정 단계에 이르면 부딪히게 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비유한 말이다. 이 표현은 1986년 The wall street journal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형식적으로는 남녀가 평등하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지위 상승이 어려운 현실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요즘에 와서는 내부 출신 직원들의 승진인사 한계를 지칭하기도 한다. 투명한 유리로 된 천장이라 직접 부딪히기 전까지는 있는 줄 모른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에서 '유리천장'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은행연합회·생명,손해보험협회 등과 같은 금융 유관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협회는 자사 출신 직원이 승진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기껏해야 상무급 정도로 한정돼 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그늘이다.

이런 관행에 변화의 기류가 보인다. 관피아 논란으로 업계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금융협회장 선출이 가시화하면서 회장 바로 아래인 부회장 자리에 협회 인사가 올라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 부회장은 현재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맡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출신인 남진웅 금투협회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감독원 부원장 또는 국장 출신이다.

금융협회 고위직은 '모피아 출신 회장, 금감원 출신 부회장'이 관행이었다. 다시 말하면 협회 자체 인력의 경우 부회장 아래 단계인 상무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일종의 '유리장벽'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업계 CEO 출신 인사의 협회장 취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부회장직은 협회의 몫으로 안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회원사 CEO 출신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부회장까지 업계가 차지하면 또 다른 형태의 자리 독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 당국과의 교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협회장과 달리 부회장의 역할은 주로 안살림 챙기기다. 그래서 협회 출신 임원이 맡아도 업무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 최근 장남식 전 LIG손해보험 사장을 수장으로 선출한 손보협회는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상용 부회장이 예정대로 신한생명 감사로 이동하면 당장 새로운 부회장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협회 출신 부회장이 나오게 되면 당국 출신의 퇴로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협회 고위직, 특히 부회장 자리는 '금피아'들의 경력세탁소로 활용돼 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고위직원은 2년간 퇴직 5년 전부터 담당한 업무와 관련된 곳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취업 금지대상이 아닌 금융협회에 취업한 후 제한이 풀리는 2년 뒤에는 민간 금융사의 감사 등으로 이직할 수 있다. 

금융협회장에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는 대원칙이 정해진 것을 보면 부회장 자리 역시 당국 출신이 차지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그러면 금융권 인사 관행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협회 직원들은 수십년 동안 '모피아'-'금피아' 낙하산들 때문에 '유리천장' 아래서 숨막히게 살아왔다. 그들에게 회장-부회장 자리를 돌려주고, 어깨를 펴면서 살도록 해주는 '새로운 세상'이 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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