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내 폭력행위 근절을 위한 제언
병영 내 폭력행위 근절을 위한 제언
  • 조휘갑
  • 승인 2014.09.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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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갑칼럼>28사단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은 세월호 참사에 이어 우리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아무리 악독해도 그처럼 잔인한 가혹행위를 하루도 아니고 한 달여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방부 장관 말대로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다. 꽃다운 청년을 신성한 국방의무에 동원하여 지옥 같은 상황에서 죽게 하다니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군대의 가혹 행위와 자살 사건은 왜 줄어들지 않는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은 인권 교육을 강화하고 내부고발체계를 보완하고 상담기회를 확대했다. 이번에도 갖가지 처방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처방들이 본질적 대책인가 하는 점이다.

  윤 일병 사건은 가혹행위가 1회성이 아니고 많은 병사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지속됐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어쩌다 주먹 한 번 날린 것이나 젊은이들끼리 주먹다툼 한 번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잔인한 가혹행위가 지속되고 있어도 누구도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노출조차 시키지 못한 것이 본질적 문제다.

  가해자는 부끄러운 범죄적 행위를 해도 상관이나 부모님 등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숨겨질 것으로 생각한다. 투명하게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범죄행위를 지속하지 못한다. 그러면 왜 폭행이나 왕따에 참여하지 않은 병사들은 지속적인 폭력행위를 내부고발로 외부에 노출시키지 못했을까? 그간 군에서는 군 생활을 투명하게 하기위한 수단으로 ‘마음의 편지’ ‘쪽지’ 등의 소원수리나 인권 상담 등의 내부고발을 꾸준히 확대시행 했다. 이러한 내부고발 제도가 제구실을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내부고발에 대한 병사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않은 채 내부고발을 강조한 것이다. 내부고발은 법적으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상급자나 기관에 부정과 악행을 알려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일이다. 불의에 항거하는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행동이며 민주시민의 기본덕목이다. 계급이 더 높다거나 힘이 더 세다고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치사한가. 내부고발은 학교, 군대, 회사 등 조직사회를 불안하고 병들게 하는 독소를 제거하는 공익적이고 의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을 어렸을 때 친구끼리 한 약속을 남에게 알리거나 고자질하는 행위로 생각하는가하면,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나 심지어 폭력집단에서 조직원을 배반하는 행위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군은 내부고발이 의리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위임을 가르쳐야 한다. 내부고발이란 말도 ‘의리 실행(義理實行)’으로 부르자. 비리와 악행은 음지에서 발생한다. 주변 동료들의 눈이 음지를 밝히는 빛이 돼야 한다. 심하게 위축된 피해자가 서면이나 전화, 면회, 상담 등을 통하여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도 심각한 왕따를 당한다. 주변의 동료나 상사가 어둠을 밝히는 빛이 돼야 하는 이유다.

  둘째, 내부고발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고발자는 심각한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내부고발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호돼야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휘관의 대응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대충 누가 했는지 알려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것으로 알려지기라도 하면 왕따를 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병사들은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는 그냥 참고 남이 당하는 가혹행위는 못 본채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를 처벌한 후에는 자대배치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내부고발자를 완벽하게 보호한다는 믿음이 설 때까지 보호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축소·은폐 행태가 내부고발을 어렵게 만들고 사고를 키운다. 병사의 돌발적인 사고 하나로도 지휘체계에 속한 모든 지휘관들이 진급을 못하거나 예편될 수도 있다. 지휘책임에 걸맞게 책임을 묻지 않고 과잉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육군 병사 중 23.1%인 8만여 명이 관심병사라고 한다. 사고의 빈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사고의 다과 및 경중을 기준으로 지휘관을 평가하면 사고를 축소·은폐할 것이 뻔하다. 이제 평가기준을 완전히 바꿔서 사고처리를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했는가를 기준으로 하자. 이것이 축소·은폐를 없애는 지름길이다. 그래야 사건의 진실규명이 제대로 되고 솜방망이 처벌도 없어진다.

  군인의 긍지와 자부심은 국가를 위한다는 남다른 사명감으로 젊음을 다 바쳐 쌓은 것이다. 자기가 승복할 수 없는 책임으로 인해 이처럼 소중한 긍지와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고 생각해 보라. 지휘관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고책임추궁 방법을 제도화해야한다.

  넷째, 병영생활 관리는 부사관과 초급장교들 몫이다. 이들의 지휘력에 내부고발의 활성화나 병영생활이 좌우된다. 윤 일병 사건만 해도 부사관, 소대장, 중대장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자기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은 위계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지만 미숙한 지휘자들은 하급자에게 무시당한다. 지휘관들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꼭 필요하지만 우선은 왕따나 폭력을 행사하는 병사의 제압방법을 이들 지휘관에게 철저히 훈련시켜야한다. 국민은 국군을 사랑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조휘갑 ( wkapcho@hanmail.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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