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은행전산기기...기종 전환 놓고 왜곡과 허위보고 점철
'복마전' 은행전산기기...기종 전환 놓고 왜곡과 허위보고 점철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9.04 17:0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마전(伏魔殿 )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이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를 말한다.

중국 고전 수호지(水滸誌)에 나온다. 북송(北宋) 인종(仁宗:1010~1063) 때 일어난 일이다.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인종은 신주(信州)의 용호산(龍虎山)에서 수도하고 있는 장진인(張眞人)에게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기도를 올리도록 부탁하기 위해 홍신(洪信)을 그에게 보냈다. 용호산에 도착한 홍신은 마침 장진인이 외출하고 없기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전각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홍신이 안내인에게 무슨 전각이냐고 물으니 안내인은 옛날에 노조천사(老祖天師)가 마왕을 물리친 신전으로,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홍신은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여 안내인을 거의 위협하여 열게 하였다. 문을 열어 보니 신전 한복판에 석비가 있었는데 그 뒷면에‘드디어 홍이 문을 열었구나’라는 글이 있었다.

홍신은 마왕이 석비에 있다고 생각하여 어서 석비를 파내라고 하였다. 한창 파내어 들어가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다가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린 것이었다. 이에 홍신과 안내인들은 넋이 빠져 있었다. 때마침 장진인이 돌아와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셨군요. 그곳은 마왕 108명을 가두어둔 곳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그들은 머지않아 나라에 큰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장진인의 예견은 1121년에 송강(宋江)이 농민반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증명된다. 이처럼 복마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지를 보통 복마전이라고 한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숨기기 위한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게 중징계 파동를 몰고온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은 왜곡과 허위보고로 점철돼 있었다. 마치 복마전을 보는 느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부기관 컨설팅 보고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보고서 작성자에게 특정기종(유닉스)에 유리하게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지난 해 10월30일 최종 컨설팅보고서에 주전산기의 기종전환 리스크는 축소하도록 했다. 또 메인프레임에 유리한 내용은 삭제하고 유닉스에 유리한 내용은 과장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이 왜곡된 보고서를 기초로 같은달 31일 임원회의에서 주전산기 기종 전환방침을 결정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유닉스 전환을 위해 이사회에도 허위 보고했다. 주전산기 전환과 관련해 성능검증(BMT) 결과는 소요비용, 안정성 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주전산기 기종 변경을 재검토해야 할 만큼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CPU 과부하시 안정성에 대해 검증조차 실시하지 않고 성능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특히 메인프레임 프로그램을 유닉스로 자동전환했을 때 오류 발생률이 4%나 됐지만 자동전환율이 99%라고 과장해서 보고했다. 성능검증 결과 유닉스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3,055억원으로 당초 이사회에 보고한 예산(2,064억원)을 크게 초과했다. 그러자 시중은행에서 사용 전례가 없고 성능 검증도 되지 않은 기종의 가격을 마치 검증된 것처럼 왜곡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견적금액을 1,898억원으로 축소했다. 또 IBM의 제안가격 1,540억원을 보정하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정당 보정금액보다 60억원 이상 높은 금액(1,950억원)으로 과다 보정해 경영협의회 및 이사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사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락, 왜곡, 허위보고 등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이야 말로 현대판 복마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수현 원장이 밝힌 '범죄혐의 수준'이라는게 십분 이해가 된다. 결국 이 사태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의 중징계나 사퇴를 넘어서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