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의 '시우(時雨)'와 임영록 회장의 '단비'
KB의 '시우(時雨)'와 임영록 회장의 '단비'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4.09.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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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KB의 '가뭄 끝 단비(時雨)'는 언제 내릴 지 답답

"때 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를 '시우(時雨)'라고 합니다. 앞으로 KB금융그룹이 국민과 고객 여러분에게 '시우'와 같은 존재가 되어 진정으로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금융그룹이 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KB금융지주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임영록 회장이 남겨놓은 인사말이다. KB금융그룹에선 올 한 해 많은 일이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카드3사 중에 한 곳이 KB국민카드였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회사 분사 과정에서 보유했던 은행 고객정보 일부를 삭제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미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 도쿄 지점 부당대출 사건과 국민주택기금 횡령 사건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4월엔 IBM이 제공하는 전산망 운영체제를 가리키는 '메인프레임'을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장과 감사가 기존 이사진들과, 나아가서는 지주회사와 갈등을 일으켰다. 그 결과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장이 형식상 자문기구이기는 하지만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계 수위를 높인 일도 처음이었다. 금융감독원 검사에 감사원이 개입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금감원 발표 이후 KB경영진의 사태 수습 과정은 더욱 소란하다. 이미 자리를 떠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걍력히 반발한다. 두 사람이 받은 '문책경고'는 중징계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 임원을 징계하려면 금융위원회까지 거쳐야 한다. 따라서 사퇴해야 할 의무는 없고, 임 회장에 대한 징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임영록 회장은 당국의 징계에 '안타깝다', '답답하다', '납득할 수 없다'라는 표현을 했다. 징계 당일 사임한 이건호 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조금 더 이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것 같다. 그러나 임 회장이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의 해명은 무슨 의미인지, 금감원 발표 당일 지주회사 명의의 보도자료가 임 회장의 입장인지 아리송하다.
 
이 사이 국민은행은 어느덧 '리딩뱅크'라는 수식어가 버거운 은행이 돼간다. 지난 2007년 2조 7천여억 원으로 2위를 멀찌감치 따돌렸던 순익 규모는 올해 상반기 5천4백여억 원으로 4위로 주저앉았다.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의 잡음이 '오해'라는 임 회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주택기금 사건에 대해서는 '이전 경영진의 행위'라고 해명한다.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KB의 '가뭄 끝 단비(時雨)'는 언제 내릴 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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