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과 신제윤
최경환과 신제윤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4.12.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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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과 용기있는 경제-금융정책이 새해 '성공의 열쇠'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깜짝 놀랄만한 ‘폭탄발언’을 한다. 그동안 말을 꺼내기조차 금기시했던 부동산 규제를 시대착오적인 '한겨울의 여름옷'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LTV·DTI 규제를 완화할 뜻을 내비쳤다.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가 갑자기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 후보자는 실물부서인 지식경제부 장관 출신이다. 여당 원내대표로 있던 지난 4월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LTV.DTI와 같은 자금 차입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합리화'란 용어는 지난 2월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등장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하나로 LTV·DTI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합리화'를 두고 해석이 달랐다. 국토교통부와 새누리당은 규제를 크게 푸는 쪽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는 큰 틀은 놔둔 채 미세조정만 하는 걸로 여겼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3개년 계획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LTV나 DTI는 경기대책이나 주택대책보다 소비자 보호와 가계부채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어 큰 틀은 현재와 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승자는 신 위원장이었다. 이후 LTV·DTI 규제는 자구 하나 바뀌지 않았다.
 
당시 최 부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가장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었다. 신 위원장이 그동안 LTV·DTI 관련 규제완화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따라서 신 위원장의 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최경환-신제윤 간 신경전이 2라운드를 맞았고, 결과는 최 부총리의 승리로 끝났다. 그가 주장한 대로 LTV·DTI 규제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나중에 발표된 '최경환노믹스'의 대규모 경기부양정책 패키지안에는 LTV·DTI 관련 규제완화가 대폭 포함된다. 신 위원장이 소신을 꺾고 최 부총리에게 그만 ‘백기(白旗)’를 든 것이다. 1라운드에선 정치인과 금융당국 수장으로 맞섰지만 2라운드는 경제총괄 사령탑과 사령부 산하 부서장의 대결이었다. 최 부총리는 '밀어붙이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경제사령탑의 소신대로 경제정책이 굴러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반영한다.
 
옛부터 백성들한테는 ‘등따시고 배부른게’ 위정자들의 최고 목표다. 되돌아보면 한국 경제의 지난 1년은 변화무상했다. 그러나 성과 만을 놓고 보자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국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앞날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우선 국정과제는 여전히 경제 활성화다, 하지만 많은 대책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민생활은 딱히 나아진게 없는 실정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22일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고 한다. ‘해결사 최경환’에게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1년 전 현오석팀을 향해 던졌던 비판의 칼이 그에게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경제환경의 어려움은 누구나 잘 안다. 난국을 강조한다고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 희망을 주는 명분과 기대를 담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역발상의 전략이 없다면 최경환노믹스도 결국 ‘신기루’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지금 정부가 어떤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더라도 만병통치의 약이나 처방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너절한 상품을 내놓는 백화점식 정책보다는 하나를 먹더라도 맛있고 실속있는 전문점식 정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최 부총리는 취임 초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용기 있는 선언이었다. 그 길이 무엇이며, 어떤 종착점에 이를 지는 새해 경제운용에 달려있다.
 
지난 2012년 일본은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아베노믹스'를 펼쳤다. 이 정책은 대담한 금융 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 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이라는 세가지 방침을 담았다. 아베노믹스는 결국 소비와 주택, 공공투자 등 내수가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지속시켜 비제조업에서의 고용을 늘리고, 일본 경제의 인력 수급 격차 조정 및 임금 상승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로 인해 내수가 확대돼도 비제조업의 인력 부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일본에 드리운 노령화, 경제활동인구 감소,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과 맞물려 아베노믹스의 음영도 더욱 어둡고 짙어졌다. 실제 일본은 공공투자 확대, 지방 경기 부양 방안으로 공공투자를 확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력 부족으로 예산 집행 지연이 빈번히 발생한다. 또한 기대를 모았던 수출 부문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는다.
 
중국 경제 역시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 중국은 투자 주도에서 소비 주도의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관성적인 투자 주도의 정책이 멈춰지지 않으면서 건설경기 침체시 심각한 경(硬)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2015년 이후 추진될 예금금리 자유화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여기에 기축통화를 겨냥한 위안화의 위상 강화 등이 예고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싱크탱크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내년 한국 경제의 모든 조건이 불안정하고 어둡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낸다면 충분히 반등할 기회가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한국경제의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반반씩 예측한 셈이다. 최근 한국에서 '잃어버린 30년' 일본식 장기 침체가 벌어질 것이냐는 논쟁과 관련,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한국에서도 버블 붕과 이후의 일본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아직까지는 1990∼2000년 초반 무렵 일본의 상황보다는 양호한 상태"라고 정리한다.
 
이어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제1 과제로 꼽았다. 또한 '초이노믹스'의 핵심전략인 사내유보금 및 기업 수익의 투자 전환 등은 과잉 재고, 과잉 설비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배당 확대를 통한 실물경제 환원, 개인소비 회복 등의 선순환구조 정착 등이 더 유용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경환노믹스'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경환-신재윤이 두차례 자웅을 겨룬 끝에 ‘판도라의 상자’였던 LTV·DTI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지금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취지였지만 '빚을 내서 과거 빚을 갚기에 급급하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을 살리기 위한 LTV·DTI 규제완화는 지금 ‘눈덩이 가계부채‘라는 엄청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형국이다. 오히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큰 짐이 돼버린 꼴이다.
 
사실 LTV·DTI 규제완화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결정이 많은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규제의 끈을 느슨하게 풀자는 최 부총리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돈을 더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는 정책은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부실여신 증가에 따른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깡통주택·하우스푸어 양산과 같은 문제가 벌써부터 머리를 짓누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일관된 신호가 아닐까. 새해를 앞둔 지금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처 간 대립과 그로 인한 정책 혼선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뒤죽박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시장에 혼선을 주고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 경우가 많았다. 새해에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최 부총리와 신 위원장이 진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새해 경제-금융정책을 조화있게 펼쳐나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 2013년 12월 당시 최 원내대표와 신 위원장이 한목소리로 금융권의 혁신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도 국내금융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안 된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비올 때 우산 뺏는 것’이 한국 금융의 현주소다.”(신제윤 금융위원장)라는 목소리가 대표적이었다.
 
수익이 보장된 중견·대기업 및 개인 대출 등에 의존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만 의존하지 말고 창조기업을 발굴해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최 원내대표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됐다. 또 같은 장관이지만 최 장관은 경제부총리를 겸한다. 그는 경제팀장으로서 정부내 경제장관들을 통솔한다. 신 위원장보다 한 직급 높은 서열이다. 경제정책은 부처 간의 조화가 중요하다. 최 부총리는 경제팀을 지휘하는 팀장으로서 어느 때보다도 책임감이 막중하다.
 
세계경제가 ‘질풍과 노도의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2015년 새해를 며칠 앞두고 한국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국면에 들어선 인상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 경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이른바 '투톱시스템'이 중요하다.  혹시라도 서로 간에 엇박자가 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두 사람이 그동안 있었을 지도 모를 앙금과 갈등을 지우고  '2인3각' 체제로 협조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이런 바탕 위에서 두 사람이 새롭게 경륜과 지략, 용기를 갖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난국을 헤쳐나갈 새해 경제정책을 마련하기를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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