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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칼럼]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가던 지난 9월18일 오후 5시쯤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암컷 퓨마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습니다. 이 퓨마는 한 번 마취 총에 맞았으나 마취 효과가 없이 도망쳐 숨어 있다가, 동물원 측이 인명피해를 우려해 사살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밤 9시45분께 동물원 안에서 엽사에 발견돼 사살됐습니다.이 소식은 이날 있었던 남북정상의 만남을 젖혀놓고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탈출 직후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마취 총을 맞아 생포될 것 같다는 소식에 안도하다가, 사살 소식에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때 전원구조 오보에 안도했다가 참혹한 결과에 분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SNS의 반응은 죽은 퓨마에 대한 동정과 사살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생애 첫 외출이 죽음이라니’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날 한 포털에서 남북정상회담 기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이 3,000여 건이었던 것에 비해 퓨마 댓글은 1만2,000건에 이르렀습니다. 검색어 순위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이 7만 번 검색되는 동안 퓨마 검색은 36만 5,000번이 넘었습니다.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정부 반응도 예민해졌습니다. 퓨마 포획작전에 경찰, 소방관, 군부대까지 동원됐고, 이례적으로 북한 핵실험 같은 대형 재난 때나 가동되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작전을 지휘했습니다.퓨마 사살명령이 NSC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대전시 관계자의 말이 전해지자 청와대는 “그런 일은 없었다. 현장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이낙연 총리도 페이스북에 “생포하길 바랐지만 현장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19일에도 퓨마에 관한 관심은 이어져 댓글의 수가 TV들이 공동생중계하던 남북공동선언 뉴스를 능가했습니다. 주장도 과격해져 동물원을 폐쇄하라는 댓글이 쇄도했습니다. 그 다음 날엔 동물원 측이 퓨마를 박제해서 영구 보전하겠다고 하자, 억울하게 죽은 퓨마를 영구 보전한다는 것은 잔인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흙으로 돌려보내라고 했습니다. 동물원 측은 결국 퓨마를 화장키로 했습니다.필자도 사살 소식을 접하며 마취 총을 제대로 맞히기는 했는지, 마취약의 약효는 검증이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살명령을 내리기보다 한 번 더 마취 총을 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탈출 후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닌 퓨마였고, 사육된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인명에 위해를 가하리라는 판단은 성급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그래도 만에 하나 인명 피해가 발생했더라면 사회적인 파장은 더 컸을 것입니다. 사살에 대한 비난은 사살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으로 뒤바뀌었을 것입니다. 그 점에서 사살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균형감 있는 주장이라 하기 어렵습니다.동물원폐쇄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을 우리에 가둔 채 인간의 눈요기로 이용하는 것이 동물에 대한 학대라는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은 원론적으로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학대는 인간의 탐욕을 위해 산 곰의 쓸개즙을 뽑아내는 행위 따위에 더 해당된다고 봅니다.정상적인 동물원은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들의 생활환경을 나름으로 자연상태를 유지하도록 과학적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영리목적의 동물원이라고 해도 영리의 상당 부분은 동물의 복지에 우선적으로 투자되는 구조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동물원은 생태계의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고, 멸종돼 가는 동물들에게는 종족 보존의 터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무엇보다 동물원은 인간, 특히 어린이들이 동물과 접하는 공간입니다. 책에서, 영화에서 본 동물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은 인간이 동물을 이해하고 동물과 교감하는 행위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해가 되는 일은 아닙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동물원을 찾는 이유일 것입니다.어느 동물원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우리에 거울이 놓여 있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만, 퓨마사건은 인간이 자연계에서 여전히 ‘가장 무서운 동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퓨마 사건이 동물원들로 하여금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서 더 이상 ‘동물원 폐쇄’ 주장이 나오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명사 칼럼 | 임종건 | 2018-10-01 09:4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한국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 왔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상당 기간 헤매고 있습니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8일 '일자리 창출과 공정거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오히려 보상을 받는 유인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지난 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취임한 김 위원장은 그동안 ‘재계 저승사자’롤 불리면서 재벌정책을 주도해 왔다. 그런 그는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설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인용하며 현재 한국의 유인구조가 기업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죄수의 딜레마란 별도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 두 명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둘 다 풀려나지만, '너만 자백하면 풀어줄게'라는 제안에 무너져 배신(자백)을 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둘 다 처벌받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진단이다.소설 '난쏘공' 시대적 배경 1970년대...비약적 성장 이뤘으나 양극화-빈부격차 달라진 것 없어김 위원장의 발언을 접하면서 불현 듯이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생각난다. 난쏘공은 1970년대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린 조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당시 급격한 산업화 시기에 도시 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게 된 도시 빈민층의 아픔을 잘 이야기한다.이 소설은 도시화로 벼랑으로 몰리는 최하층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노동환경, 주거문제, 노동운동의 한 에피소드 등이 여러 가지 상징적인 언어로 담겨져 있다. 난장이로 표현된 아버지의 존재는 이 소설의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착한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달나라로 떠나야 한다는 아들 지섭의 말에 동조하는 아버지는 현실에서 달나라로 비상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갔다가 결국 죽고 만다.이 소설이 1980년대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텍스트로 이용되었다는 것은 난해한 문학적 장치에도 1970년대 사회 병리현상과 도시 빈민의 사회학적 기록으로서도 충분히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난소공의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이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의 상황이 소설의 시대배경이다. 그동안 우리는 물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양극화와 빈부격차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그때보다 내려앉았으며, 자살률을 더욱 심화하고 말았다.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한국 사회는 좌와 우, 여와 야, 영남과 호남, 어르신과 젊은이 등이 같은 한국말을 쓰고 있지만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보상을 받는 왜곡된 유인구조 탓에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가 갈지(之)자 걸음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진국 문턱에 왔지만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상당 기간 헤매고 있다"며 "진영 논리로 따지기보다는 나이스한(착한) 사람이 많아져 점점 성공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상조는 학자 아닌 공정위원장...뭉뚱그려 "한국경제가 딜레마 빠졌다"는 건 무리있는 주장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일리가 있다. 학자출신으로서 옳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한가한 학자나 교수가 아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공정위위원장이다.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가 어떻게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서 웬만한 기업 하나 정도는 쉽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사싱상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그의 말대로 한국경제가 갈지(之)자 행보를 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성장-분배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고용과 취업률이 바닥을 기는 것은 또 누구의 잘못인가. 그가 “한국 경제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선진국 문턱서 상당 기간 헤매고 있다”고 말한 것은 얼핏 일리 있는 지적인 듯 하지만 뭉뚱그려 한국경제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느낌이다.또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보상을 받는 왜곡된 유인구조 탓에 지난 20년 동안 갈지자 걸음을 걸었다는 지적은 뭔가.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체상태를 면하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작 진짜 딜레마에 휩싸인 것은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전도사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재벌개혁을 놓고 시비가 이어지는 사이 시민사회는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셀프 개혁을 기다리는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할 재벌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촛불혁명' 현 정부 기대 건 시민들, ‘아직도 난장이는 공을 쏘아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슬픔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지나면 재벌들이 누굴 구워삶아야 할지 다 안다”며 “아주 집요하게 대통령 측근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대통령이 개혁 지시를 하면 측근들이 다 발목이 잡혀 있어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지금 대한민국은 경제불황 속에서 자영업-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청년실업 대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요새 자영업자 인구가 688만, 그러니까 700만명 가깝다. 그리고 가난한 청년들은 옥탑방같은 열악한 시설 속에서 살면서 이른바 ‘지옥고’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반지하방 같은 열악한 곳에 살면서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국민들은 집값 걱정은 또 어떤가. 일부 위정자들의 부동산 개발정책 발언으로 촉발된 집값 폭등으로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현재 수입으로는 평생 동안 내집을 마련할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현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은 이제는 집값 걱정과 경제난으로 하루하루 허덕이면서 살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40여년 전 발간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면서 힘들게 살았던 세상과 지금이 과연 무엇이 다른 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시민 가운데 토박이가 그리 많지 않다. 시골출신들이 저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격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면서 그들은 ‘아직도 난장이는 공을 쏘아올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슬픔을 지울 수 없을 지도 모른다.<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금융소비자뉴스 대표기자/발행인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Tag

발행인 칼럼 | 정종석 | 2018-09-30 12:02

             황창규 KT 회장[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선발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가 빈사상태를 헤매고 있다. K뱅크는 금융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최단 시일에 거대 부실을 안은 데다 돈장사를 할 밑천도 바닥이 난 상태다. 아예 문을 닫든가 아니면 주인을 바꿔야할 정도로 경영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금융계에서는 K뱅크의 부실 책임은 전적으로 황창규 KT회장에게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금융에 문외한인 측근인사들에게 금융경영을 맡긴데서 첫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좌초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황 회장 자신도 금융 전문성이 별로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대주주의 권한으로 은행의 ‘은’자도 모르는 비서실출신 친위부대에 K뱅크 경영을 맡긴 정실인사가 급속한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 아니냐는게 업계의 시각이다.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인전법)이 통과되면서 케이뱅크의 명운(命運)이 사실상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지난 20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인전법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보유제한을 34%로 완화해주는게 골자다. 우리나라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기업이 흔하다. 그렇다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과 관련해 금융위의 재량과 해석의 여지만 커진 셈이다.K뱅크 출범 당시 비금융전문인들로 경영진 구성..과연 은행기능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회의적문제는 이 법안의 수혜를 받아야 할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인전법은 '은행법'을 준용해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공정거래법으로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다. KT는 2016년 3월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담합으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KT가 이러한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것은 원칙적으론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위배되는 사안이다.금융위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경미한 사유'로 판정하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해 케이뱅크 증자가 가능하다. 결국 금융위의 부담만 커진 셈이다. KT의 공정위법 위반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승인을 해 주게 된다면 인가 때부터 이어져온 특혜시비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 특혜 논란의 핵심은 우리은행이 금융위의 은행법 시행령 유권해석으로 특혜를 받아 케이뱅크 대주주 자격 요건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참여연대의 감사청구를 기각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만약 공정위법 위반 사안을 엄중하게 다뤄 KT의 증자를 불승인하게 되면 케이뱅크의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6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율은 10.71%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이는 전 분기(13.48%)대비 2.78% 급락한 수치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39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금융계에서는 K뱅크 출범당시 비금융전문인들로 구성된 경영진을 보고 K뱅크가 과연 은행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결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K뱅크가 1년 남짓 만에 과다한 부실에 깔려 영업을 제대로 못한 지경에 이른 것은 당초 경영진이 비전문인으로 짜여질 때 이미 ‘예고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케이뱅크 최고경영진의 전문성 결여가 빚은 ‘참사’...황 회장 친위부대 경영독식으로 '엉망' 자초다시 말해 케이뱅크 최고경영진의 전문성 결여가 빚은 ‘참사’가 아닐 수 없다. IT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K뱅크 경영자는 은행업무에 정통해야 하고 나아가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뱅킹시스템을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K뱅크의 황창규 회장 ‘낙하산 부대’들의 이력을 보면 하나같이 주력사업과 무관하다. 미래 첨단은행이 제대로 굴러갈 지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케이뱅크가 돈 장사에 서툴고 리스관리에도 용의주도하지 못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비전문성 리스크에도 ’박근혜 꼬리표‘아래 ’통신적폐 1호‘로 지목되고 있는 황 회장 친위부대들이 경영을 독식하고 있는 탓이다. 그 결과 K뱅크는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와 영업규모나 실적, 재무건전성, 금융서비스 등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국회에서 은산분리규제완화법이 통과돼 새로운 재벌의 산업자분 수혈이 가능해지면서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박근혜 정권에서 KT를 지배하기 위해 로비수단으로 삼성출신을 KT회장으로 심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황 회장이 혹시라도 삼성을 K뱅크의 대주주로 유치해 이른바 ‘삼성은행’을 만드는 일 만은 앞장을 서지 않았으면 한다.

기자 칼럼 | 박미연 기자 | 2018-09-27 19:08

[허영섭 칼럼] 일본 간사이공항 폐쇄 사태에 따른 자국 국민 지원대책이 미흡했다는 논란 끝에 현지에 주재하는 대만 외교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의 오사카 수치청(蘇啓誠) 사무소장이 지난 14일 자신의 거주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올해 예순한 살.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도 발견됐다. 태풍 ‘제비’로 인한 간사이공항 침수 사태를 계기로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위기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주재 대만 관련부처 회의가 예정되어 있던 하루 전에 일어난 일이다.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입지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대만 사회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만을 압박하는 위치에 있는 중국의 현지 영사관이 대형버스를 동원해 자국 국민을 탈출시킨 사실과 대비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극단적 선택에 이른 수 사무소장에 대해서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헌신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후배 외교관들에게 모범을 보였던 외교관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으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우리 외교관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지난 7월 오사카 사무소 책임을 맡은 지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아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는 사실이다. 직업 외교관인 수 소장은 ‘대만-일본 교류협회’ 근무를 거쳐 오사카로 옮겨오기 직전까지 오키나와 나하대표부 사무소장을 지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정식 국교가 끊어져 있는 대만은 도쿄에 대표부를 두고 있으며 오사카와 후쿠오카, 나하, 요코하마, 삿포로 등에 사무소인 ‘판사처(辦事處)’를 두고 있다.이번 사태의 발단은 단순하다.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 4일 공항이 폐쇄되자 제때 귀국하지 못한 채 현지에 발이 묶인 대만 여행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사카 사무소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일부 여행객이 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숙소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으나 직원으로부터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거냐, 어디에 머물든 당신의 선택일 뿐”이라는 응답을 들었다는 얘기도 공개됐다. 간사이공항이 오사카는 물론 교토, 고베, 나라 지역 일대의 관문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묶였을 것이다.이에 비해 중국 영사관은 15대의 관광버스를 동원해 자국 관광객이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대만 대표부에 거센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더욱이 중국 측이 대만 관광객들에 대해서도 ‘중국 국적’임을 인정하는 경우 버스에 타도록 허용하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대만의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 소장이 오사카 사무소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미루기 어려웠고, 끝내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당시 공항에는 3,000여 명의 외국인이 발이 묶여 있었는데, 대만인과 중국인이 각각 500명, 75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궁금한 것은 그때 우리 오사카 총영사관의 대응이 대만 공관의 경우와 얼마나 달랐을까 하는 점이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보도된 내용으로 미뤄본다면 그렇게 내세울 만하지 못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평소 교민들의 이익을 위하기보다 서울에서 높은 분들이 행차하는 데 더 신경을 쓰도록 훈련된 분위기가 돌발상황을 맞아서도 쉽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사관은 여권을 잃었을 때만 찾아가는 곳”이라는 교민이나 유학생들의 인식에서도 ‘의전 외교관’들에 대한 불신감을 느끼게 된다.문제는 오사카뿐만이 아니다. 우리 교민들이 현지 경찰에 체포되거나 구금되었을 경우에도 영사 책임자들과의 면담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대체적인 하소연이다. 이를테면, 집단폭행과 같은 쌍방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상대방 영사 관계자는 재판정에까지 참석해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는데도 우리 책임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스스로 책임을 지려고 나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공금횡령이나 섹스 스캔들로 물의를 빚는 사건도 자주 일어난다. 이런 형편이라면 내용이 과장됐다고 논란을 빚었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진짜 현실로 나타날 소지도 없지는 않다.한편, 이번 경우에도 도쿄에 주재하는 대만의 셰창팅(謝長廷) 대표(대사)는 간사이공항 폐쇄 사태가 이어지던 당시 페이스북에 오는 11월의 국내 지방선거와 관련해 답변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해외에 파견돼 있으면서도 현지 사태보다는 본국 정치에 더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던 셈이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당시 행정원장을 지냈고 2008년 대선에서는 총통 후보로까지 출마했던 정치적 비중에 의해 일본 대표로 임명된 주인공의 처신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대만 교민들이 앞으로 그를 어떤 눈길로 바라볼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필자소개 허영섭(gracias1234@edaily.co.kr)       이데일리 논설실장. 전경련 근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 역임. 미국 인디애나대학 저널리즘스쿨 방문연구원.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영원한 도전자 정주영' 등의 저서가 있다. Tag

명사 칼럼 | 허영섭 | 2018-09-19 10:27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금융소비자뉴스 손진주 기자] 현대라이프생명(이하 현대라이프)의 주인이 6년 만에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푸본현대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이를 통해 푸본현대생명은 대규모 자금 수혈을 받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하지만 당분간 현대차그룹 식구들로부터 받아둔 퇴직연금에 목을 매야 한다는 한계는 푸본현대생명이 홀로서기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개인영업 창구를 완전히 닫아버린 탓이다. 그동안 현대라이프 경영을 책임져온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으로 1980년대 후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이사로 경영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후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을 맡아 왔다.하지만 정 부회장의 화려한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있다. 바로 그가 사실상 경영을 책임진 현대라이프의 영업실적 악화와 가혹한 구조조정에 따라 회사 밖으로 내쳐진 근로자들의 ‘원성’이 도처에서 끊이지 않는 탓이다.정태영 부회장의 현대카드, 음반소매업 진출 따른 폐해...재벌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보면 외국 자본에 지배권을 내준 푸본현대생명에 더 이상 퇴직연금을 맡길 이유가 없어졌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로 현대차증권이라는 또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를 갖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에 들어가 있는 돈을 언제든 현대차증권으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푸본현대생명은 당장 생존을 위한 눈치 보기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퇴직연금 이탈을 최대한 막으면서 하루 빨리 자립할 수 있는 영업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기업이 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무턱대고 인원을 줄이거나 지점을 폐쇄하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훌륭한 경영인은 구조조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남다른 경영능력을 발휘해서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런데 정태영 부회장은 칼로 무를 자르듯이 설계사들을 쫓아내고 지점 수를 대량으로 줄이는 무소불위의 구조조정을 단행, 지금도 서울 여의도 현대라이프 본사 앞에는 졸지에 실직한 설계사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정태영 부회장이 당면한 또 다른 문제는 그가 경영하는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에 따른 폐해이다. 재벌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탓이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음악체험형 공간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 & Plastic)'이 영세 LP음반 상인들과의 상생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은 이른바 공영방송의 ‘재벌갑질 청산프로젝트’라는 제목의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회현상가 음반소매상인들은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때문에 찾는 손님이 없고 물건도 팔리지 않아 음반을 들여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은 재벌기업의 전형적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에 해당한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일자리창출을 주요 정책목표로 천명해 왔다. 또 골목상권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금융그룹을 이끄는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라이프 사태에서 보험설계사들을 대량 퇴직시키고, 영세 LP음반 상인들을 나락으로 내모는 등 문 대통령의 정책에 정면 역행하는 처사를 일삼는 셈이다.현대차 정몽구 회장,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외쳐..사위 정태영은 뒷전서 '갑질' 횡포 국내적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자영업자 폐업대란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보험설계사들이 대량으로 직장에서 내쫒기고, 음반소매상들마저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현대라이프는 지난 5년 연속 경영적자를 기록했다. 설계사들은 “이는 100% 경영잘못”이라며 “그런데 정태영 부회장은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 모두 전가하더니 그 해결책으로 작년 초 70개가 넘었던 전국의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2000여명이던 설계사는 600여명으로 줄었고, 내근직원의 50%를 해고 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울부짖었다.다른 시민단체 당국자는 “음반시장처럼 규모가 작은 시장에 현대카드 같은 대기업이 들어온 것은 전체 LP 레코드시장을 사실상 몰살시키는 것"이라고 현대카드의 골목상권 침탈을 규탄했다.현대자동차그룹 오너인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외쳐 왔다.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은 혹시라도 문재인 정권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왕조시대로 말하면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부마(駙馬)이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재벌왕조 속에서 살면서 정말로 자신을 부마라는 희대의 권력자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이 든다.정 부회장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경영철학과 재벌행보가 좀체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와 같이 자신이 경영해온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을 ‘대량학살’한데 이어 현대카드가 골목상권을 넘보는 것은 업종을 떠나 현대차 그룹 소속 재벌금융경영인의 유례가 드문 갑질이자 횡포가 아닐 수 없는 탓이다. 나아가 장인인 정몽구 회장의 거룩한 동반성장 정신에도 맞지 않는 상생파괴로도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 칼럼 | 손진주 기자 | 2018-09-17 17:12

[김태희 칼럼] 군복무 시절, 내가 복무하던 부대는 산에 있었다. 출·퇴근자를 위해 부대 차량이 산 아래까지 운행되었다. 그때 도로는 흙으로 된 도로였다. 그래서 여름철 심한 폭우가 쏟아지면 비상이었다. 폭우로 불어난 물길이 한바탕 도로를 휩쓸고 지나가면, 도로가 깊게 파인 골짜기로 변모하고 만다. 그러면 온 부대 장병이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느라 며칠씩 삽질을 해야 했다. 이런 결과를 아는지라 당직 근무를 설 때 폭우가 내리면 당장 부대원 몇 명을 이끌고 도로에 내려가 봐야 한다. 물론 삽을 들고.이때 대단한 제방을 쌓으려는 것은 아니다. 도로에 불어난 물이 들어와 순식간에 물길이 되어 버리는 것은, 조그만 나뭇잎들이 흘러가다 얽혀 모여서 도로변 좁은 도랑의 물길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차적인 응급조치는 이런 나뭇잎 더미를 얼른 제거해주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는, 도로의 일부를 가로질러 도랑을 내어 물길이 다른 골짜기로 흐르도록 터준다. 약간의 삽질로 엄청난 피해와 고된 복구 ‘사역’을 미연에 크게 줄일 수 있다.각 이익주체의 반응을 예상하여, 정책을 추진해야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주거 불안정, 사교육에 따른 교육비 부담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문제이다. 이런 문제에 임하는 정책에는 물길을 다루는 듯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들이 이익을 쫓는 것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녹록치 않다. 투기금지지역으로 선정되면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호재가 있는가 도리어 관심을 더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택은 의식주의 하나이면서 또한 재산증식의 수단이다. 사용가치에 따른 수요공급의 면만 따지는 것으로 부족하고, 경제 전체적으로 돈이 이익(교환가치 등)을 쫓아 흐르고 몰리는 것을 도외시하고서는 제대로 부동산정책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사교육 현상은 입시위주의 교육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려는 것이기에 막기 힘들다. 공교육이 잘 된다고 사교육이 없어질까? 공교육이 입시위주의 사교육을 대체하려는 것도 이상하며, 그렇게 잘할 수도 없다. 교육문제는 사회 전체의 인력 양성과 충원구조가 결부되어 있다. 당장은 과열을 완화시키려 노력해야겠지만, 그 한계를 인식하고 근본적으로 입시위주의 사교육이 필요 없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최근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정책이 뜻밖에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에 봉착하는 것을 보면서 당구 게임이 연상되었다. 초보자는 눈앞에 보인 당구공의 움직임만 보고 플레이를 하다 낭패를 본다. 부딪힌 공이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엉뚱한 공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득점은커녕 실점을 하기 십상이다. 당구 고수는 눈앞의 공만 보지 않고 공의 예상 궤적과 다른 공의 위치를 머리 속에 그린다. 정책을 펴는 사람도 2차, 3차 연쇄효과를 가늠해보고(정책 시뮬레이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각 주체의 예상되는 반응을 잘 헤아려 봐야 한다. 고수는 또한 한 번 기회에 여러 점을 얻기 위해, 사각의 쿠션(당구대 안쪽의 공이 튕기는 면)을 이용한 이른바 ‘쓰리 쿠션’ 같은 것을 구사하기도 한다.딜레마적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을 조제해야최저임금인상은 노동자에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선의에서 시작한 정책이다. 정책 동기가 선하다는 자신감에서 자칫 여러 다른 변수를 따져보는 데 소홀할 수 있다. 그러나 선한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최저임금제라는 가격하한제의 문제점은 이미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근로자의 생계에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미숙련 노동자의 실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겠다는 정부로선 아이러니이다.한편, 우리 사회에 최저임금 지불도 부담스러운 영세한 자영업자가 많게 된 것은 기업구조조정의 부수적 결과였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구조조정이 국민경제에 주름을 더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슬기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게 바로 리더의 문제 상황이다. 경제학의 기본 과제인 ‘고용 안정’과 ‘물가 안정’도 늘 두 마리의 토끼처럼 달아난다. 리더는 우선 딜레마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을 저울질하여 적절히 정책을 조제하든지 그 상황을 뛰어넘을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5년 임기의 정부가 시간은 적고 할 일은 많다. 조급하게 굴 것도 과욕을 부릴 것도 아니다. 당위적 규범성에 안주하기보다 이익추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이 이익충돌을 조장하고 이익추구에 매몰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길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헛되이 물길을 막기보다 적절하게 터줄 궁리를 해야 한다.#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필자소개>김 태 희 (다산연구소 소장)

명사 칼럼 | 김태희 | 2018-09-11 16:02

[이도선 칼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는 당대표 경선 도중 ‘고용 참사’가 경제 현안으로 부각되자 느닷없이 4대강 탓을 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에 26조~27조 원(실제는 22조 원)을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재정을 투입하지 못한 게 고용 참사의 원인이란 주장이다. 추미애 당시 당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도 전 정부 때 경제 체질이 허약해졌기 때문이라며 거들었다.도대체 집권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남 탓 타령인가. 그것도 전전 정권 일까지 들먹이며. ‘어이없다’는 느낌과 함께 ‘어디서 본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기시감이라고 할까? 출범하자마자 ‘카드 대란’에 휩싸인 노무현 정권이 그랬다. 김대중 정권 말기에 신용이 생명인 신용카드를 거리에서 뿌리다시피 했으니 뒤탈이 안 나는 게 외려 이상했다. 카드 대란이 미처 수습되기도 전에 휘몰아친 ‘투기 광풍’ 역시 어떻게든 경기를 띄우려고 부동산 규제를 왕창 푼 김대중 정권의 무리수가 화근이었다.노무현 정권으로선 카드 대란과 투기 광풍이 억울할 만했다. 온갖 비난을 무릅쓴 경기부양책이 정권 재창출을 겨냥한 것이고, 그 덕분에 집권했는지는 논외다. 다만 전 정권 탓이 집권 초기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이어진 게 문제다. 설령 전 정권에서 나쁜 상황을 물려받더라도 최대한 빨리 극복하는 게 새 정권의 과제다. 허구한 날 전 정권 탓만 한대서야 국정 운영 능력 부재를 스스로 시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전 세계가 유사 이래 최대 호황을 구가하는데도 유독 우리만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인 이유가 자명해지는 대목이다.통상 30만~40만 명을 헤아리던 취업자 증가가 올 들어 10만 명 언저리로 뚝 떨어지자 정부는 인구 감소와 폭염을 탓했다. 인구와 날씨 변수가 갑자기 악화한 것도 아니거늘 군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이다. 급기야 7월 취업자 증가가 5000명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그렇게 못났다는 전 정권의 2년차 7월(50만5000명)에 비해 100분의 1에도 못 미치자 화들짝 놀라 일요일인데도 긴급 당·정·청회의를 소집하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54조 원이나 퍼부은 결과 치곤 너무 초라하나 그나마 20만 명과 6만 명이 각각 늘어난 공공 부문과 농림어업이 험악한 꼴을 많이 가려준 것이다. 공공 부분의 폭증은 순전히 세금의 힘이지만 계속 감소하던 농림어업의 대폭 증가세 반전은 희귀한 현상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빼면 작년과 올해가 유일하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못 찾은 귀촌 행렬 때문인 것은 그제나 이제나 매한가지일 테다.정책기조를 둘러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알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이 일자리 창출은커녕 있는 일자리도 없앤 주범은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이 늘어나 경제가 발전하고 다시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라면 누가 시비하겠는가. 하지만 일자리나 가계소득 통계를 보면 말만 소득주도성장이지 실제는 세금 주도 성장임이 단박에 드러난다. 민간은 옥죄고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간단한 진리를 외면하면 나라가 결딴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애먼 4대강을 걸고넘어지는 황당한 정신세계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4대강도 그렇다. 4대강 사업은 원래 추진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4대강과 지수·지천 중 어느 것부터 손대느냐가 쟁점이었다. 매년 4조~5조 원에 이르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항구적으로 막을 치수(治水)의 필요성에는 이론이 없었고 단지 순서가 문제였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부터 마무리했으니 차기 정권은 지수·지천 정비를 서둘러야 마땅했다. 관련 예산까지 배정돼 있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현재 여당인 당시 야당과의 짬짜미로 예산 집행을 ‘나 몰라라’ 했다. 4대강 사업이 성공할까 봐 지금도 전전긍긍하는 민주당의 억지에 박근혜 정권이 동조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일이 잘못되면 남 탓이나 할 바에야 정권은 뭐 하러 잡나. 내 탓을 인정하고 얼른 시정하는 게 집권자의 참된 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주말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며 딴소리만 했다.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10%나 늘린 것도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드는 통계는 조작이라도 할 요량인지 임기가 한참 남은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한 배경에는 그의 외골수 기질이 잔뜩 배어난다.세계적 호황 속에서 우리만 뒤처지는 국면이 또 전개되는데도 딴청만 부리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재연할까 심히 걱정된다. 역대 정권에서 익히 목도했지만 5년 임기는 후딱 지나간다. 집권 16개월이 되도록 전 정권 들쑤시느라 헛심 쓰기보다는 무엇이 나라를 발전시키고 어떻게 해야 국민이 잘살게 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 사태를 더 이상 그르치기 전에 소득주도성장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필자소개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전) 연합뉴스 논설실장(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명사 칼럼 | 이도선 | 2018-09-03 11:53

[임종건 칼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한민국 정부에 모순된 과제를 안겼다. 그 모순은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갈래의 재판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가장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은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투자자·국가소송(ISD)’ 제기 움직임이다.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주된 죄명은 국정농단이지만 그것의 핵심은 직권남용과, 강요를 통해서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이고, 그중에서도 삼성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경영권승계 청탁과의 관련 여부로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검찰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해주도록 지원을 청탁했고, 박 대통령은 연금공단에 부당하게 압력을 가했으며, 그 매개물이 뇌물이라고 봤다.이 부분에 대한 재판은 현재 각급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속출하며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의 재판은 지난 24일 선고가 이뤄진 박근혜 2심 재판이다.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형량이 감경되는 통례와는 달리, 이 재판에선 이례적으로 1심 재판보다 징역과 벌금 형량을 높였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심에서 배척했던 삼성합병 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혐의를 인정한 점이다. 1심이 "뇌물죄는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인정돼야 한다"고 한 반면, 2심은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고, 청탁대상인 승계작업은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박근혜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이 사건 기소장에 동원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 개념을 그대로 인용한 꼴이다. ‘포괄’"묵시’등의 용어는 범죄의 내용을 이중적으로 모호하게 한 표현이다. 이런 모호성을 좀 더 명료하게 하는 것이 상급심의 존재이유다.특히 체형이 수반되는 형사재판에서 증거재판주의 원칙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박근혜 2심은 합병 성사 후인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과 관련한 몇가지 정황을 들어 "경영승계 얘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아예 심증에 의한 판결임을 말해주고 있다.박근혜 재판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교호작용을 하는 재판이 이재용 재판이다. 작년 8월에 선고가 이뤄진 이 재판의 1심은 박근혜 2심처럼 ‘포괄적 현안’과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으나 올 2월의 2심에선 이를 부인했다. 뇌물관련 혐의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존재해야 하고, 포괄적이라고 애매하게 정의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삼성합병과 관련해서는 민사재판도 있는데 여기서도 엇갈리기는 매한가지다. 2015년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매수가를 올려달라며 낸 가격조정청구신청을 1심에선 기각했으나 2심에선 인정했다. 그러나 일성신약이 연금공단의 의결권행사에 하자가 있다며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서 1심 법원은 작년 8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삼성합병 관련 재판에서 유일하게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는 재판은 연금공단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다. 합병찬성 압력을 가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업무상배임죄는 1, 2심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박근혜 재판, 이재용 재판, 연금공단 관계자 재판, 이 모두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1, 2심에서 엇갈리는 판결을 교통정리 한다는 의미 외에 엘리엇 대응 차원에서도 중요해졌다.엘리엇은 지난 1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위법하게 개입해 최소 7억7,000만달러(한화 8,720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중재통보 및 청구서면을 지난 12일 한국 정부에 보냈고, 정부는 법무부 주도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이들 사건에서 검찰의 기소내용은 하나하나가 엘리엇 측에게는 딱 떨어지는 소송요건이다. 연금공단 관련자들에 대한 1, 2심의 유죄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점에서 엘리엇에겐 결정적으로 유리한 재료이다. 여기에 다른 상급법원에서까지 정부의 부당개입혐의가 인정되고 있으니 엘리엇으로선 내심 쾌재를 부를 성싶다.이제까지 엘리엇에 불리한 국내 판결은 이재용 2심 판결뿐이다. 그래서 정부 대응팀은 그 판결 내용을 삼성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로 엘리엇 측에 제시했으나 박근혜 2심 재판부가이를 뒤집어 정부 입장만 곤혹스럽게 됐다.검찰의 입장에선 대통령 탄핵이 지상 목표였으므로 다소 애매모호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기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보다 중립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판단해법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회통합에도 기여해야 한다. 지금처럼 각급 법원마다 상반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검찰이 벌여놓은 일을 법무부가 쓸어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ISD는 한국정부에는 모순적 딜레마이다. 그것이 외국의 헤지펀드들로 하여금 정부를 상대로 한 ISD의 빌미가 돼 혈세를 축내게 하는 원인이 된다면 국민에겐 '왕짜증'이고 국가에겐 '개망신'이다.7월 말 연금공단이 투자기업의 대주주로서 오너들의 잘못된 경영관행을 견제할 목적으로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제도가 그런 빌미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정부가 대기업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연금공단을 통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장악이 목표가 되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부개입이라도 반드시 문제가 된다. 그로 인해 한국정부는 엘리엇과 같은 외국의 투기자본들의 ISD에 상시적인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 제도의 운용에 신중을 기할 일이다.#"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명사 칼럼 | 임종건 | 2018-09-03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