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위원장과 금융개혁 '시계바늘'
최종구 위원장과 금융개혁 '시계바늘'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2.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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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과징금 부과가능 시한 4월 17일..모피아 정경유착 관행 떨쳐내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문제에 관해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날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이 구성한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를 두고 "뒷북 TF 아니냐. 폐기된다는 우려가 만연하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했다. 장 실장은 "이미 사후적이지만 차명계좌임이 확인된 계좌이기 때문에 조사해 찾아내는 게 국민 입장에서도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간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가 지속적으로 문제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시 추적하겠다고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버텨왔다. 그러다가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보낸 직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고집스러운 최 위원장이 입장을 바꾼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왜 삼성문제만 나오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지 안타까운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더욱이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나서서 이 회장 차명계좌 문제에 관해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가 이 회장으로부터 과징금을 걷고 싶어도 현재 상황에선 아무것도 걷을 수 없는 탓이다.

과징금을 매기려면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인 1993년 8월 금융자산 기록이 적힌 거래 원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근거자료가 폐기돼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애초부터 법대로 걷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당국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결국 과징금 수조 원을 날리고 금융당국의 자존심도 구겨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번 일을 처리하는 금융당국의 대처방식은 마치 ‘울며 겨자 먹기’를 연상케 한다. 금융당국이 과징금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일단 차명계좌 TF를 구성해 금융기관 특별감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남아있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거래명세와 잔고를 확인한다고 한다. 표면상으로는 뭔가 근거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를 던져준다.

문제는 이 회장 측이 해당 계좌에서 이미 자금을 찾아갔다는 점이다. 통상 이자소득세는 은행이 계좌주에게 이자를 지급하기 전에 미리 국세청에 세금을 내는 방식(원천징수)인데 이 경우 은행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인지 몰랐으므로 미리 세금을 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해당 계좌가 이미 정리된 상태에서 수백억~1천억대의 세금을 은행이 먼저 내고 이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렇게 내실을 따지면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는 황당하기 그지 없다. 해당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관련 기록은 모두 폐기했다고 보고를 한 탓이다. 증권사가 서슬 퍼런 금감원에 거짓말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그저 ‘보여주기’식 특별검사로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이 이건희 차명계좌의 근거자료를 찾기 위한 단서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주목해 볼 곳은 코스콤과 예탁결제원이다. 1996년 이전에는 증권사 계좌 원장이 코스콤에 있었다. 96년 이후 증권사로 원장을 이관했다.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차명 계좌에 대한 원장은 93년 이전 자료다. 그렇다면 이미 자료를 파기했다는 증권사보다는 코스콤쪽에 보관된 지난 자료를 찾는 게 확률이 높다.

예탁결제원 역시 주목해 볼 만 하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대부분 차명 주식이다. 예탁결제원에는 주주 명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 명부를 통해 93년 이전 대략적인 주식 가치를 추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감원은 특별검사 대상에서 핵심적인 2곳을 제외했다. 코스콤과 예탁원의 존재를 모르지 않았을 금감원이 핵심적인 2곳을 제외하고 특별 검사에 나섰다는 것은 겉다르고 속다른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 차명 계좌 해법을 놓고 금감원이 교묘한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관측도 없지 않다.

우리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이 이 회장 차명계좌 처리를 놓고 더 이상 국민을 속이거나 우롱하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부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이 회장 차명계좌를 놓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지적한 내용들에 대해서 금융당국의 솔직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퇴설마저 나온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비공개 당정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걸 보면 현재로서는 별로 거취를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인 그로서는 과징금 수조원이 날아가는 것이나 국회에서 몇마디 욕을 먹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최 위원장은 차제에 왜 금융당국이 삼성 앞에만 서면 항상 작아지는 지를 국민 앞에 진솔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정권보다도 금융개혁을 열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삼성문제가 나오면 국회에 나가 ‘어물쩍’ 답변을 하는데 익숙한 능구렁이 관료스타일이다. 그러나 이 회장에 대한 과징금 부과 가능 시한은 417일까지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가 이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이 문제를 대충 떼우려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 위원장이 삼성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국회나 문 대통령으로부터 자진사퇴 권고를 받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들의 눈초리와 지탄이다. 금융당국 총수인 그가 모피아의 오랜 정경유착 관행에 물들어 현 정부의 금융개혁 시계를 거꾸로 돌린 인물이라는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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