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회장 선출과 ‘모피아 목장’의 결투
농협금융 회장 선출과 ‘모피아 목장’의 결투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4.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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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서 '무혈입성'? '깜깜이' 인사 속 ‘하나마나’한 회추위 진행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농협금융이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경영정상화를 이룬 시점에서 능력 있고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이 최종후보에 포함된 것을 보고 용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NH 농협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군에 포함됐던 김용환 현 회장이 19일 최종 면접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표명했다. 이에 단독 후보로 남은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차기 농협지주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그러나 김 회장이 내놓은 사퇴의 변은 뭔가 석연치 않다. 금감원 채용비리 개입 혐의로 검찰수사까지 받았던 그는 3연임을 위해서 그동안 매우 ‘동분서주’해 왔다. 또 전날 임직원 봉사단 30여명과 함께 이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1리 왕대추마을에서 풍년농사 지원 농촌 일손돕기에 나섰다. 불과 하루 전까지도 농촌일손 돕기에 나서는 등 왕성한 외부활동을 벌여온 그가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 당일에야 후보사퇴를 한 것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인상이다.

당초 농협금융 임추위는 최종 차기 회장 후보 쇼트리스트를 김용환 회장, 김광수 전 원장,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등 3명으로 확정했다. 이중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된 윤 회장은 고사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농협금융이 최종 후보자들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후보군 선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새 농협금융 회장에 내정된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다시 금융권의 관심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의 금융공약 이행작업을 맡은 경험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인연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문 정부 출범 직후 초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증권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늘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퇴 후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현 정권과 줄곧 끈끈한 인연이 이어져 왔다는 증좌다. 

흥미로운 것은 농협금융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3명 모두가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라는 점이다. 농협금융 회장 자리는 과거에도 모피아 출신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최종 후보군 3명을 모두 모피아가 싹쓸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다가 처음에는 윤 회장이 양보하더니, 막판에는 김 회장이 사퇴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광수 내정자는 결과적으로 사실상 ‘무주공산’에서 회장 직에 '무혈입성'하게 됐다. 경쟁자들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깃발을 꽂고 승리의 축배를 마시게 된 셈이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무리 농협에 인재가 없어도 그렇지 모피아들이 서로 치고 받고 하다가 이 가운데 한명이 가만히 앉아서 회장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볼썽사납다”면서 ‘관치금융’에 물든 인사풍토를 꼬집었다.

금융노조 NH농협 지부는 "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러 실망을 넘어 황당한 모습을 보인다"며 "반장 선출 만도 못한 선임 과정"이라고 비난했다. 우진하 위원장은 "윤 회장은 올해 초 타 금융회사의 회장으로 취임했다"며 "거절할 것을 예측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회장 선출 과정은 엄격하고도 투명해야 마땅하고 구성원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선출된 회장은 그 누구라도 노조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농협금융 회장 선출이 이처럼 파행을 겪은 것은 처음부터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후보군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쇼트리스트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깜깜이' 인사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이어 잇단 후보 사퇴로 ‘하나마나’한 회추위 진행으로 끝나고 만 꼴이다.

이번 농협금융 회장 선출은 최종 후보들이 겉으로는 양보하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청와대나 ‘보이지 않는 손’의 압력이나 조종으로 차례로 밀려났다는 얘기가 금융권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만일 그렇다면 ‘모피아 목장’에서 자기들끼리 회장 자리를 놓고 결투를 벌이다가 등 뒤에서 ‘총’을 쏘고 쓰러지는 서부극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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