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기준금리 두달째 인상…9개월새 1.25%p 뛰어
15년만에 기준금리 두달째 인상…9개월새 1.25%p 뛰어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05.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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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부담 17조,1인당 연이자 80만원 이상↑…영끌·빚투 '비상'
연내 2회 추가 인상되면 대출금리 13년만에 7%대 가능성
소비자물가 상승이 무섭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불과 한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앞서 2020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에 이어 이날까지 최근 약 9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차례, 모두 1.2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통위가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는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나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당장의 물가급등 뿐아니라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매우 강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도 지난달까지 넉달 연속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2%에 이른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미국의 추가 빅스텝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만에 빅스텝을 밟아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당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0.75%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급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날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두 나라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수개월내 미국이 두차례 정도만 빅스텝을 더 밟아도 두 나라의 금리격차는 거의 없어지거나, 오히려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가계대출 1753조원…"기준금리 인상에 청년·자영업자 신용위험 커져"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이후 약 9개월간 0.5%에서 1.75%로 1.25%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딱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17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최소 두차례 이상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다중채무자나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 등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2조7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은행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3조3739억원(1752조7000억원×77%×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이후 늘어난 이자만 16조8695억원가량(3조3739억원×5)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한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각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 9개월간 1.25%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부담 증가액은 80만5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은행 대출금리 1.6%p↑…연말 7% 넘어설 듯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0.25%포인트씩 최소 두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2.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미 6%대를 넘어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올해 말 약 13년 만에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6일 기준 연 4.020∼6.590% 수준이다. 지난해 말(3.600∼4.978%)과 비교해 올들어 5개월여 사이 상단이 1.612%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618%로 1.359%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의 긴축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이 반영되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768∼4.94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268%포인트, 상단이 0.220%포인트 높아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2.00% 이상으로 오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고 7%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 중 A은행의 내부 주택담보대출 금리통계를 보면, 2007년 9월 7%를 넘어 2008년 12월 8.4%로 정점을 찍고 2009년 다시 7%대로 내려왔다. A은행 관계자는 "2010년 코픽스 체제 이후로는 아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은 적이 없었다"며 "2015년 5∼6%대가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예상대로 7%를 넘어서면, 2009년 이후 무려 13년 만에 다시 7%대에 진입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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