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기강을 세우고 많은 직원을 통솔하려면 아픔을 참아야 합니다”
그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이던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더는 노조에 끌려다닐 순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실상 김 행장으로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은행 안팎에선 두 은행의 조기 통합 작업이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은행은 지난 3일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직원 898명에 대해 오는 18일부터 닷새간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심의를 진행한다. 총회가 열린 3일 지점장 6명을 본부소속 부장으로 발령하는 등 책임자급 이하 직원 32명을 인사조치한 데 이어 이번에 총회에 참가한 일반직원에 대해서도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단일 사안을 놓고 이렇게 대규모로 징계한 것은 처음이다.
김 행장은 “모두 내 후배들이다. 속이 쓰리다”면서도 대규모 징계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32년간 ‘외환맨’으로 살아온 김 행장으로선 대규모 징계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강경 태도로 돌아선 것은 명분 싸움에서 노조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조와의 협상을 위해 할 만큼 했는데 노조가 이를 무시하고 지난 3일 사측과의 협의없이 대규모 불법 집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총회가 예정대로 열렸다면 노조 지도부에 힘이 실렸겠지만 정작 총회는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여기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총회 무산에 따른 책임을 노조 지도부가 어느 정도 짊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노조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밝힌 것처럼 연내 조기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김 행장으로선 노조와의 협상에 임할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는데 이번 총회가 그 계기가 된 것이다. 김 행장은 조만간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다수 직원의 생각은 ‘노조도 이제 사측과의 협상에 나서라는 것”이라며 곧 노조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