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퇴를 압박하는 금융당국에 맞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석달여를 끌어온 KB내분 사태는 임 회장과 같은 재무부 출신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최수현 금융감독위원장 간의 '모피아 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16일 법무법인 화인은 임 회장이 이날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소송 제기라는 초강수를 던짐에 따라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일단 금융당국의 임 회장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미 KB금융그룹 각 계열사에 감독관을 파견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며, 국민카드 정보유출 건과 관련해 대규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민카드 정보유출 건으로 임 회장에게 더욱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릴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임 회장은 소장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제재의 취소를 신청하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법적 절차를 통해 그동안 왜곡됐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KB금융 직원들의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KB금융그룹과 본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4일 최수현 금감원장의 '문책경고' 결정보다 한단계 더 상향 조정한 징계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자진 사퇴할 것으로 점쳐지던 임 회장이 소송 제기라는 초강수를 던짐에 따라 양측은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의 소송과 관련, 법무팀을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KB금융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들이 임 회장에 대한 해임 건에 대해 의결한다. KB금융 이사회는 임 회장과 사외이사 9명 등 10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임 회장의 직무정지로 당분간은 사외이사 9명으로 가동된다. '이사의 직' 해임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만,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수의 의결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