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법인이 출범한 '다음' 주가가 시들했다. ‘사이버 망명’을 택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모바일업계 1인자 카카오와 포털업계 2인자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법인 출범에 주식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사이버사찰 논란이 불거지며 기대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경찰이 3000여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친구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을 무차별 수집하자 불안한 네티즌들이 여타 모바일 메신저로 갈아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에 부담이 됐다.
다음카카오는 검찰이 정당한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다음카카오 고위관계자는 7일 "읽은 메시지는 바로 삭제하고, 1대 1 대화 내용은 암호화할 수 있게(프라이버시 기능 도입) 하는 등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을) 잠재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6~7일로 돼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애초 밝힌 대로 이달 중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는데만도 2~3일 걸린다. 메시지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면 영장을 가져와도 과거 메시지 내용은 이미 다 지워진 상태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는 기간을 줄이거나 읽은 메시지는 바로 지워지게 하면, 그만큼 카카오톡의 사용 편의성과 효용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다음카카오가 메시지 저장기간을 2~3일로 줄이면, 여러 사람이 카카오톡을 통해 약속을 잡거나 중요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 등이 힘들어진다. 단체 카카오톡 참여자 가운데 일부가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48시간 이상 카카오톡 접속을 못하는 경우, 메시지를 볼 수 없게 된다.
읽은 메시지는 지워지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는 스마트폰에서 읽은 메시지를 개인용컴퓨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읽은 메시지도 6~7일 저장했다. 하지만 읽은 메시지는 바로 지워지게 하면 이게 안된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여러가지 추가 대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카카오톡의 사용 편의성과 효용성을 반감시킬 수 있어 섣불리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의 메시지 자동 삭제 기능이 화제가 되고 있어, 다음카카오가 사이버 검열 자구책 차원에서 카카오톡에 이를 채택할 지에 관심이 모은다.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은 뒤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시간은 2초, 5초, 10초, 1분, 1일 등 가운데 고를 수 있으며, 자동 삭제 시간은 수신자한테도 통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