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 5곳이 승무원 채용 때 키를 ‘162㎝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합리적 이유가 없어 차별'이라는 인권위원회의 판단에도 그대로 채용기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자회사 진에어,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항공사는 남녀 승무원 지원 자격으로 ‘신장 162cm 이상’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은 승객 짐, 비상탈출장비 등을 보관하는 기내 적재함을 여닫거나 적재함 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한다는 이유를 채용규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적재함 높이는 대개 200㎝가 넘고 대형 기종의 경우 최고 214㎝다.
문제는 이같은 기준이 국내외 다른 항공사보다 더 엄격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싱가포르항공과 일본항공(JAL)은 지원자격이 키 158㎝ 이상이며 루프트한자항공과 핀에어는 나란히 160㎝ 이상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신장 기준이 5피트(152.4㎝)이다. 키 대신 맨발로 뒤꿈치를 들고 팔을 뻗어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암리치’(arm reach) 기준을 적용하거나, 관련 기준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62㎝ 기준을 없애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2008년부터 지원자격에서 신장 기준을 없앴다. 다만 자격 요건에서 ‘기내 안전 및 서비스 업무에 적합한 신체조건을 갖춘 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도 승무원의 신장을 제한하지 않는다.
앞서 승무원 지망생들의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원회는 2008년 조사를 거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키 제한에 대해 “불가피성이 입증되지 않은 신장조건을 근소한 차이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장 162cm 미만인 사람이 응시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에대해 대한항공 측은 '인권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