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의 자사주 매입계획 발표는 일단 주가를 끌어올리자는 뜻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보다 지배적이다. 즉 3세인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글로비스의 주가는 최대한 끌어올리고 지주회사 격인 모비스 주가는 눌러 지분 교환시 3세의 모비스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오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5.7%, 2.0% 상승했다. 현대차 그룹 3사 중 자사주 매입 발표가 없던 모비스가 1.26% 하락한 반면 글로비스는 8.3%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자사주 매입이 모비스의 주가 하락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돼 모비스는 급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글로비스에 매수세가 집중돼 급등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자사주매입은 주가를 끌어 올리자는데 있다. 현대기아차는 일단 자사주 매입발표로 한전부지 인수 이후 엔화 약세, 신차 판매 부진 등 여러가지 악재로 일어났던 주가 급락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는 고가의 소비재로, 브랜드 이미지가 제품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핵심회사의 주가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가치나 제품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하락세를 거듭해온 주가를 반등세로 전환시키기 위해 자사주매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주 친화 정책, 해외증설, 견조한 4분기 실적, 적극적인 IR활동이 시간을 두고 확인되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며 "현대위아, 하이스코, 모비스가 연비향상의 3대 축을 담당할 부품사여서 이에 맞는 투자계획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에 이어 배당 확대, IR 강화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이 예상된다"며 "2020년 연비 향상 로드맵도 IR 강화 정책의 일환인덴다 원-엔 환율과 경기 둔화 우려가 다소 진정돼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단기 주가 반등이 가능하겠지만, 한전 부지 이슈 이전의 주가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그 이면에는 모비스는 팔고 글로비스는 사서 주가를 띄우겠다는 전략도 내재돼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주회사격인 모비스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속셈인 것 같다는 해석이다. 정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향후 지분 확보를 해야 하는 지주회사격 핵심회사인 모비스는 주가를 눌러 앞으로 교환 등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이번 자사주 매입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이처럼 빨라진 그룹의 행동은 지배구조 재편시기도 임박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지배구조 불확실성 감소로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예상되는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내 지배주주관련 오너 지분이 많아 지속적인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기록했다"며 "2015년 실적은 다소 정체되지만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 등을 감안하면 지분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으며, 지배구조 관련 수혜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