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수 침체와 위안화 강세의 극약처방으로 기준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과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통화전쟁에 가담하면서 서울 채권시장은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1%대 기준금리 시대에 진입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질서와 안보 등 주요 이슈를 이끄는 'G2' 국가인 중국마저 환율전쟁에 결국 가담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무차별적인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하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및 IT 부문에 1차 충격을 줬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까지 위안화 절하에 나서는 방법으로 환율전쟁에 발을 담그면 수출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계가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에 대한 타격이 가시화되면 거시경제운용 전반에 대한 수정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 인하가 위험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효과가 커 지표상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약하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중국의 성장은 글로벌 경기에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지표가 뚜렷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도 선진국에 맞춰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은 더 거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난 21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금리를 40bp 인하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이 금리를 내린 것은 2년 4개월 만이다. 예금금리는 25bp 내렸다. 이와 함께 예금금리의 상한 허용 폭은 기존 10%에서 20%로 확대해 본격적인 유동성 풀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전날 유럽금융회의에서 "ECB가 목표로 잡은 인플레율 달성을 지체 없이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추가 부양의지를 내세웠다. 양적완화(QE)를 중단한 미국을 제외하면 모두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데 여념이 없는 상태다.
중국의 액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내년까지 대내외 환경에 따라 1~3차례 지준율 인하 등 추가 조치가 시행하면서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보일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다른 선진국의 이벤트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중 글로벌 환율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며 "다음 달 4일 ECB 통화정책 회의와 14일 일본 조기총선, 16~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라 각국 환율이 더욱 요동칠 것이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의 통화전쟁 가담으로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미 취한 정책의 영향이 작동하는지 우선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두 번이나 내렸기에 당장 우리나라가 추가 인하가 쏠리긴 어려울 것이다"며 "오히려 중국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양책이 우리 경제를 한은의 전망대로 끌고 간다면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점도 추가인하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됐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딜러는 "이주열 총재가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쏠림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지금은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모습 같다"며 "환율 때문에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고 구조개혁을 거듭 언급하는 것을 보면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다만, 우리 경기 회복세가 부진하면 당위적 차원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외부의 압박은 것으로 전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과 일본을 견제하는 선언적인 의미가 클 것이다"며 "환율이 생각만큼 절하되지 않았을 때 우리도 가만히 있을 것이야는 요구가 클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