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흔들리나.
신격호(사진 왼쪽)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오른쪽)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자회사 세 곳의 임원직에서 해임됐다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신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1년간 꾸준히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지분 격차를 줄여가면서 그룹 지배구조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신 부회장을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임원직에서 해임했다. 롯데홀딩스는 해임 사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다만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유지키로 했다고 전했다. 롯데 홍보·선전부는 해임 이유에 관해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므로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창업자의 장남을 롯데홀딩스의 주력 기업 경영진에서 물러나게 한 결정임에도 이에 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앞으로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은 장남 신 부회장은 일본 롯데, 차남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경영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정리했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해외시장도 지역을 나눠 공략하는 등 서로 간의 영역을 지켜왔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2013년 8월 시작으로 1년간 매달 10억원씩 꾸준히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면서 그룹의 대권을 잡기 위한 후계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신 부회장은 1년간 총 6787주(0.48%)를 매입했고 이는 신동빈 회장이 2013년 6월 매입한 주식보다 0.02% 많은 수준으로 둘 사이의 지분 격차는 1.38%로 줄어들었다.
특히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 부문이자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쇼핑의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과정 의미가 큰 계열사다. 그러나 일본 롯데와 롯데상사는 신격호 회장이 여전히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자회사 임원직 해임으로 후계구도가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상사는 일본 내 롯데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 회사다. 일본홀딩스 자회사 가운데 핵심 회사로 분류된다. 국내 롯데 그룹은 "일본과 교류가 없어 자세한 파악은 어렵다"며 구체적인 해명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