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삼성그룹 4개사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한화그룹 경영진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해 초 합병 작업을 위한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키고 서류실사에 착수했지만 삼성 4사 노조의 반발과 공정위의 승인 지연이 맞물리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인수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화학 계열 2사를 인수할 경우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점유율이 55%에 달하는 등 일부 품목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판단 기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한화의 화학 분야 빅딜에 대해 경쟁제한 요소를 따져 보며 기업결합 심사의 적정성 여부를 신중하게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삼성과의 빅딜은 사업 환경의 극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며, 특히 석유화학 분야는 더 이상 국내 기업들 간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한화 간 빅딜로 독과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EVA의 경우 국내 공장 생산량 가운데 70% 정도가 수출용으로 제조되고 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 결합 승인이나 노조 반발 등이 변수로 작용해 한화그룹의 삼성 계열회사 인수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인 빅딜 추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