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측, 각 지역본부에 강제퇴직 명단 시달.. 사실상 퇴직 종용 돌입
최근 희망퇴직을 발표한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에서 3,500명의 대상 명단이 적힌 '살생부'가 돌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다음 달 중순 이들을 퇴직 처리할 계획이다.19일 금융권과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각 지역본부에 강제퇴직 명단을 내려보냈다. 일부 지점에서는 부점장 면담 등을 통해 대상자들에게 사실상 퇴직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생부' 명단에 오른 직원은 약 3,500명이다. 국민은행이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로 올린 5천500명의 60% 가까이 되는 규모다. 국민은행의 '살생부'가 나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어윤대 회장 시절 3천244명을 내보냈을 때에도 각 지점에서는 이들 명단을 가지고 사실상 퇴직을 종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은 5년 전과 다르다. 당시 실력있는 행원들이 대거 나가면서 '실패한 구조조정'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내보내야 할 사람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확고하다.
따라서 윤종규 회장은 임금피크 대상자와 나이가 많고 오래 다닌 직원들만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대상을 한정했다. 희망퇴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거나 연차가 높은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겠다는 의지다.
살생부 명단은 은행 측이 만든 실적 하위 20% 직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들이 대거 퇴직 신청을 한다면 5년 전 수준을 뛰어넘는 업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윤 회장은 최근 "많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며 간접적으로 이같은 바람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희망퇴직 공고가 나간 뒤 직원들의 반응은 사측 기대와는 달리 시큰둥한 편이다. 신한은행이 평균임금의 최대 37개월치를 제시한데 비해 국민은행의 조건이 떨어질 뿐 아니라, 퇴직 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선뜻 직장을 그만두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국민은행 측은 전혀 강제성 없는 희망퇴직을 실시할 경우, 약 1천명 안팎이 나갈 것으로 추산한다. 이렇게 되면 윤 회장 입장에선 5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적어도 전체 직원 수(2만2천명)의 10% 이상이 나가야 중장기적인 희망퇴직 효과가 나타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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